오늘 정오 서울 보신각에서는 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가 열렸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도 공동주최하고 연대발언을 하였습니다. 행사정보와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정상가족' 바깥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우리가 드디어 만나는 날 "오늘 하루 우리, 서로가 서로의 집이 되어주자"
좋지 아니한 집에서 살아낼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리 이 자리에 함께여서 좋지 아니한가!' 외치는 '축제'의 시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우리에게는 집이 없었습니다. 소통하고, 의지하고, 쉴 곳을 기대했지만 우리에게 집은 일상적 폭력과 위협의 공간이었습니다.
우리와 닮은 당신에게도 ‘집’은 ‘폭력과 구분되지 않는 공간’, 혹은 '나다움'을 드러내기 어려운 ‘배제의 공간’이었나요?
이날 하루는 함께 모여, 웃고, 울고 함께 소리칩시다. 우리의 연결됨을 축하하고, 서로의 곁이 되어줍시다. ‘이상한 정상가족’을 넘어 새로운 유대를 만드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는,
2021년 피해자들이 죽음 같은 삶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의미로 멕시코 망자의 날 주요 인물인 ‘칼라베라 카트리나’로 분장하고 광장에서 목소리를 드러내며 시작되었습니다. 존재의 선언과 함께 우리의 생존을 자랑하는 시간을 거쳐 올해는 다른 소수자들과 연결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일시_2023년 11월 25일(토) 오후 12시-2시 30분
장소_서울시 종로구 보신각 앞
드레스코드_ '칼라베라 카트리나'를 구현하는 화려한 의상과 장식
*기획단이 직접 준비한 해골 가면을 현장에서 나눠드릴 예정입니다.
공연 : 오지은
행진 : 보신각>>서울공예박물관>>아트선재센터>>국립현대미술관>>광화문>>교보문고 광화문점(칭경비 앞)
*수어통역이 제공됩니다.
참여방법_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 가능! 최대한 화려하게 꾸미고 와 주세요
발언/대독/공동주최 신청_https://forms.gle/tnQc9ubXZRCFsKbD7
주관_친족성폭력을 말하고 공소시효폐지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 공폐단단,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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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 정책팀장으로 활동하는 나영정이라고 합니다.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척 영광입니다. 친족성폭력피해자와 함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정상가족 바깥의 존재들이 연결되는 오늘 이곳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서로의 외로움이 좀더 옅어지고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힘이 생겨나는 것을 느낍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오늘 이자리에서 여러분들과 이미 주어진 가족 바깥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가족 바깥에 있다는 것은 가족과 아무런 관계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제도는 한국사회에서 신분을 증명하는 제도와 한몸이기 때문에 누구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제도가 다 통제하고 포함할 수 없는 사람들의 존재와 관계와 실천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족 제도 바깥의 존재와, 관계와, 장소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종종 혹은 자주 거기에 진짜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족구성권 운동은 가족 ‘밖’에서 새로운 시민적 유대와 친밀적 결속에 기반한 사회를 구성하고, 기존 가족질서를 넘어선 새로운 가족 실천을 모색하는 이들의 삶에 주목하며, 가족제도 불평등을 다른 사회적 차별들과 교차적으로 다루며 해결해나가려는 것입니다.
오늘 이자리에 오면서 가족구성권운동이 친족성폭력생존자와 더 단단히 엮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친족성폭력피해자가 겪는 어려움은 상당부분 가족제도와 가족규범이 발생시키는 억업과 아동청소년에 대한 차별이 함께 겹쳐있습니다. 친권자가 자녀를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인식, 가족구성원들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가족밖에 없다고 믿게 하고 그게 정상가족이라고 규정하는 것, 정상가족을 갖지 못하면 여타의 사회적 관계에서도 차별과 낙인의 대상이 되는 상황, 법적 보호자를 스스로 떠나면 위험하고 문제있는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하는 제도,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할 수 없는 구조, 보호의 대상이기때문에 오히려 생존을 위한 노동과 주거가 취약해지는 상황…. 이 모든 것들이 친족성폭력을 유지시켰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친족성폭력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성폭력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고, 잘살 수 없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가족제도와 정상가족 규범은 그 구조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혈연과 이성애 혼인만이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이라고 강요하는 국가제도에 맞서 우리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 살아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제도와 불화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답게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도록 강요하는 것입니다. 그 제도와 불화하는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고 정상성에 부합하라고 강요합니다. 가족밖에서 출산한 여성이, 시설밖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이, 허락없이 국경을 넘은 이주민이,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다시 정의하고 살아가는 트랜스퀴어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자다움을 거부한 이들이 국가가 그어놓은 정상성 안쪽에서 살아가기를 거부할때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게 만들었습니다. 명령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한 것은 이들이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만들것이라고 보면서 보호를 철회하고, 차별하고, 감금하고, 추방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도와 불화하고 제도의 명령을 거부하는 이들을 처벌하고 낙인찍는 것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고 이것을 통해 이득을 얻는 권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족바깥에서 연결되는 것은 이러한 명령을 거부한 삶들이 더이상 은폐되고 사라지지 않도록 서로의 보호망이 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제도와 맞지 않는 이들을 억지로 제도로 밀어넣지 않고도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바깥의 공간을 살만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도가 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존중하고 옹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성격을 바꾸는 것도 나란히 필요합니다. 폭력을 피해서 탈가정한 이들은 서로의 보호자와 지원자로서 이미 그러한 보호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폭력을 피해 몸과 마음이 가족을 떠난 이들이 문제라고 규정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문제를 정의하고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그려내면 좋겠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도 연결망을 촘촘하고 튼튼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일에 계속 함께 하겠습니다.
이날 하루는 함께 모여, 웃고, 울고 함께 소리칩시다. 우리의 연결됨을 축하하고, 서로의 곁이 되어줍시다. ‘이상한 정상가족’을 넘어 새로운 유대를 만드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는,
일시_2023년 11월 25일(토) 오후 12시-2시 30분
참여방법_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 가능! 최대한 화려하게 꾸미고 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