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월례포럼 후기
제목ㅣ <성원의 조건을 따지다: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의 험난한 성원의 길>
연사ㅣ 김민수 연구자 (용산-혜화나눔의집)
일시ㅣ 2026년 6월 10일 19시
장소ㅣ 커뮤니티 늘봄
후기ㅣ 김대현 기획운영위원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을 규정할 뿐 인민(people)을 규정하지 않는다. 제헌국회 헌법 독회 당시 권승렬 전문위원이 "역사적으로 보면 인민이 먼저이고 국민이 나종일 것"[1]이라고 뻔히 인지하였음에도, 38선 이북의 '인민공화국'을 의식해서인지 제헌헌법 최종안은 결국 국민으로 낙착되었고 이것이 현행 헌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 얽힌 후과가 바로 한국에 사는 체류외국인의 권리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출입국 관리와 외국인 정책은 그 나라의 우생학적 법정책을 보여주는 시금석으로 작동한다. 인간-아님과 덜-인간임의 굴레에 가장 먼저 걸려들기 쉬운 이들이 이주민·난민들인 탓이다.[2] "3.1운동"과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을 제헌헌법 전문에 천명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949년 제정된 「외국인의입국출국과등록에관한법률」은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거나 풍속을 문란케 할 "우려가 있는" 자의 입국을 금했고,[3] 그것이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공중위생과 공공의 안전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의 입국 금지 규정으로 이어진다. 뭘 한 사람이 아닌 "할 것 같은" 사람에 대한 제재야말로 그 사람의 '인간-아님'에 대한 징표고, 그것은 결코 국가보안법상 사상범에만 국한된 정치가 아니다.[4]
2026년 6월 10일 가족구성권연구소 월례포럼 초청연사인 김민수 연구활동가의 발표 가운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기본 목적은 국내 체류외국인을 가급적 국외로 내보내는 것이라는 언급이 인상깊었다.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방안"의 기한 연장을 통해 미성년 외국인 아동의 국내 체류 기한이 2025년 다시 한번 연장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한시적 행정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에게 체류 자격의 기한을 설정하는 것은 가급적 이 나라에서 나가 달라는 일관된 입장의 반복이다. 국민이 아닌 체류외국인에게 어떠한 헌법적 권리도 보장하지 않은 한국의 태생적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월례포럼 준비팀이 사전에 읽은 자료는 김민수 연구활동가가 집필에 참여한,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에서 내놓은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을 다룬 두 권의 보고서였다.[5] 이 보고서들에는 미등록외국인의 자식들이 얼마나 한국 사회에서 성원권을 따내기 위해 분투했는지가 잘 그려져 있다. 보고서의 서사는 이들이 이렇게까지 '모범 시민'으로서 한국인들과 친교를 쌓고 직업적 역량을 키워 왔음에도, 한국 정부와 사회가 이들을 향해 지극히 좁고 한정된 경로와 운신의 폭만을 허용한다는 역설을 담는다. 이들이 선택을 강제받게 되는 발표 슬라이드의 미로와도 같은 벤다이어그램은 그 역설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자신을 깎아 모범적이고자 할 의지를 상실한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들의 경우는 어떨까. 본래 외부로부터 강제된 행동방침을 따르는 일이 사람을 오래 행복하고 살맛나게 하기란 불가능한 법이고, 바로 그런 부대낌의 감각에서 퀴어란 낱말이 나왔다. 성적 지향이 금압되는 동성애자, 트랜지션과 성별 비순응이 금지된 트랜스젠더들이 자기를 둘러싼 세상을 편히 여기는 것이 힘들다면, 미등록외국인 부모 밑에서 자라나 이 나라가 자신들을 내보내길 오매불망 바라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청소년들은 과연 스스로 편했던 적이 있을지, 혹은 단 한번이라도 스스로였던 적이 있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흔히 동성애옹호법이라 세간에 알려진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의거한 차별금지 외에 국적에 의한 차별금지 사유도 포괄한다. 헌법이 명시하지 않은 공백을 두텁게 메우려는 기본법이 당정에 의해 표류된 지도 18년째다. 어쩌면 국내 미등록외국인과 그 자식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생각할 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차별금지법을 상회하는 명시적 법률로서 '체류인기본법'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법의 제·개정으로 한정될 수 없는, 국민이 아니거나 아니어도 될 퀴어한 존재들을 인지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상을 함께 그려나가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되우 뜬소리이기만 할 수가 없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뻔히 있는 걸 공연히 없다고 여긴 쪽은 늘 퀴어가 아니라 퀴어 반대편에 선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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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헌국회 제1회 제18차 국회본회의 회의록, 1948.6.26.
https://db.history.go.kr/item/cons/level.do?levelId=cons_001_0020_0010_0020_0010_0080
[2] N. 오르도버, 김현지 옮김, 『미국의 우생학 :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과학'이 되었나』, 오월의봄, 2026[2003], 1부 참조.
[3] 이상록, 「냉전시기 한국 사회의 화교 차별과 경계인으로서의 화교의 삶」, 『구술사연구』 11(2), 한국구술사학회, 2020, 106~107쪽.
[4] 김대현, 「치안유지를 넘어선 ‘치료’와 ‘복지’의 시대 : 1970~80년대 보안처분제도의 운영실태를 중심으로」, 『역사문제연구』 45, 역사문제연구소, 2021 참조.
[5] 성공회 용산나눔의 집,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의 삶과 성원의 권리』, 2024 ; 성공회 용산나눔의 집, 『꿈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 2025.
2026년 6월 월례포럼 후기
제목ㅣ <성원의 조건을 따지다: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의 험난한 성원의 길>
연사ㅣ 김민수 연구자 (용산-혜화나눔의집)
일시ㅣ 2026년 6월 10일 19시
장소ㅣ 커뮤니티 늘봄
후기ㅣ 김대현 기획운영위원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을 규정할 뿐 인민(people)을 규정하지 않는다. 제헌국회 헌법 독회 당시 권승렬 전문위원이 "역사적으로 보면 인민이 먼저이고 국민이 나종일 것"[1]이라고 뻔히 인지하였음에도, 38선 이북의 '인민공화국'을 의식해서인지 제헌헌법 최종안은 결국 국민으로 낙착되었고 이것이 현행 헌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 얽힌 후과가 바로 한국에 사는 체류외국인의 권리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출입국 관리와 외국인 정책은 그 나라의 우생학적 법정책을 보여주는 시금석으로 작동한다. 인간-아님과 덜-인간임의 굴레에 가장 먼저 걸려들기 쉬운 이들이 이주민·난민들인 탓이다.[2] "3.1운동"과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을 제헌헌법 전문에 천명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949년 제정된 「외국인의입국출국과등록에관한법률」은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거나 풍속을 문란케 할 "우려가 있는" 자의 입국을 금했고,[3] 그것이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공중위생과 공공의 안전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의 입국 금지 규정으로 이어진다. 뭘 한 사람이 아닌 "할 것 같은" 사람에 대한 제재야말로 그 사람의 '인간-아님'에 대한 징표고, 그것은 결코 국가보안법상 사상범에만 국한된 정치가 아니다.[4]
2026년 6월 10일 가족구성권연구소 월례포럼 초청연사인 김민수 연구활동가의 발표 가운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기본 목적은 국내 체류외국인을 가급적 국외로 내보내는 것이라는 언급이 인상깊었다.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방안"의 기한 연장을 통해 미성년 외국인 아동의 국내 체류 기한이 2025년 다시 한번 연장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한시적 행정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에게 체류 자격의 기한을 설정하는 것은 가급적 이 나라에서 나가 달라는 일관된 입장의 반복이다. 국민이 아닌 체류외국인에게 어떠한 헌법적 권리도 보장하지 않은 한국의 태생적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월례포럼 준비팀이 사전에 읽은 자료는 김민수 연구활동가가 집필에 참여한,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에서 내놓은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을 다룬 두 권의 보고서였다.[5] 이 보고서들에는 미등록외국인의 자식들이 얼마나 한국 사회에서 성원권을 따내기 위해 분투했는지가 잘 그려져 있다. 보고서의 서사는 이들이 이렇게까지 '모범 시민'으로서 한국인들과 친교를 쌓고 직업적 역량을 키워 왔음에도, 한국 정부와 사회가 이들을 향해 지극히 좁고 한정된 경로와 운신의 폭만을 허용한다는 역설을 담는다. 이들이 선택을 강제받게 되는 발표 슬라이드의 미로와도 같은 벤다이어그램은 그 역설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자신을 깎아 모범적이고자 할 의지를 상실한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들의 경우는 어떨까. 본래 외부로부터 강제된 행동방침을 따르는 일이 사람을 오래 행복하고 살맛나게 하기란 불가능한 법이고, 바로 그런 부대낌의 감각에서 퀴어란 낱말이 나왔다. 성적 지향이 금압되는 동성애자, 트랜지션과 성별 비순응이 금지된 트랜스젠더들이 자기를 둘러싼 세상을 편히 여기는 것이 힘들다면, 미등록외국인 부모 밑에서 자라나 이 나라가 자신들을 내보내길 오매불망 바라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청소년들은 과연 스스로 편했던 적이 있을지, 혹은 단 한번이라도 스스로였던 적이 있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흔히 동성애옹호법이라 세간에 알려진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의거한 차별금지 외에 국적에 의한 차별금지 사유도 포괄한다. 헌법이 명시하지 않은 공백을 두텁게 메우려는 기본법이 당정에 의해 표류된 지도 18년째다. 어쩌면 국내 미등록외국인과 그 자식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생각할 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차별금지법을 상회하는 명시적 법률로서 '체류인기본법'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법의 제·개정으로 한정될 수 없는, 국민이 아니거나 아니어도 될 퀴어한 존재들을 인지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상을 함께 그려나가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되우 뜬소리이기만 할 수가 없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뻔히 있는 걸 공연히 없다고 여긴 쪽은 늘 퀴어가 아니라 퀴어 반대편에 선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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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헌국회 제1회 제18차 국회본회의 회의록, 1948.6.26.
https://db.history.go.kr/item/cons/level.do?levelId=cons_001_0020_0010_0020_0010_0080
[2] N. 오르도버, 김현지 옮김, 『미국의 우생학 :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과학'이 되었나』, 오월의봄, 2026[2003], 1부 참조.
[3] 이상록, 「냉전시기 한국 사회의 화교 차별과 경계인으로서의 화교의 삶」, 『구술사연구』 11(2), 한국구술사학회, 2020, 106~107쪽.
[4] 김대현, 「치안유지를 넘어선 ‘치료’와 ‘복지’의 시대 : 1970~80년대 보안처분제도의 운영실태를 중심으로」, 『역사문제연구』 45, 역사문제연구소, 2021 참조.
[5] 성공회 용산나눔의 집,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의 삶과 성원의 권리』, 2024 ; 성공회 용산나눔의 집, 『꿈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