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후기]<연대와 돌봄의 법> 보고서 발표회를 진행했습니다.

2025-02-25

지난 2월 14일에 열린 <연대와 돌봄의 법> 보고서 발표회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90분이나 신청해주셔서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당일엔 적정한 인원이 오셔서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강당을 가득 메워주셨습니다. 참여자분들의 의견을 잘 듣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후기를 전해봅니다. 

2023년 생활동반자등록법안이 발의된 이후 가족구성권연구소는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서 다른 법/ 다른 방법을 찾아나섰고, 그 과정에서 여러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돌봄과 연대를 추동하고, 지지하고, 보장하는 법안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에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가족구성권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사회복지연구소 물결, 성별이분법에저항하는사람들의모임 여행자, 언니네트워크, 장애여성공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들은 연대와 돌봄을 위한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문제점을 드러내고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을 마무리하며 보고서를 함께 작성했습니다.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현장에서 출발하여 시혜와 범죄화에 저항하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대와 돌봄이 실천방법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모색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에 마무리된 보고서를 다시 꺼내들고 비상계엄 이후의 시간을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이 보고서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도 질문해보았습니다. 파시즘의 경향이 짙어지고, 주류정치권은 보다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가족 바깥과 체제 바깥에 한 손이나 한 발을 담그고 경계를 오가며 살고 있는 소수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더 질문하게 됩니다. 저희에게 연대와 돌봄은 그렇게 안팎을 오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해왔던 실천의 역사를 포착하는 단어였고, 어떻게 연대하고, 어떻게 돌볼 것인가가 억압적인 질서와 체제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출발이었습니다. 


발표회에서 토론을 맡아준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몽(차별금지법제졍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이한숙(이주와인권연구소) 님들은 우리의 보고서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해주었습니다. 류은숙님은 돌봄이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인권운동의 자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 부터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기존의 권리 개념이 가진 한계를 직면하고, 고유하고 특수한 돌봄 경험을 꿰어낼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돌봄의 현장은 오히려 연대를 끊어내는 부정의함이 상존하지만 한시도 중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수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며, 현장을 단지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돌봄 경험과 투쟁들의 겹침을 발견하고 만나면서 연대의 정치를 새롭게 쓸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몽님은 보고서에서 짚은 사회적 재생산의 지리들이 다루는 현장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고, 차별금지법제정운동 과정에서 가지게 된 고민과 맞닿는다고 했습니다. 법이 차별사유를 단지 나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 작동하는 방식을 밝혀내려 애쓰고 있고, 정체성 인정을 넘어서려 애쓰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보고서가 담은 현장의 목소리처럼 차별의 경제적 토대와 연관된다는 점을 밝히고, 단지 이주민이 경험하는 차별이 아니라 차별의 인종화를 구조적으로 밝혀내며 사회를 설득해나가면서 차별금지법 운동의 의미를 확산하는데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해주셨습니다. 또한 성장, 성공, 경쟁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제화하고 그것이 돌봄 연대와 연결되는 구체적인 현장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합니다. 

이한숙님은 “이주” 주제가 아닌 보고서에 인구정책과 이주 문제를 충분히 담아주어서 반가우면서도, 다른 영역은 기존의 제도적 틀을 적극적으로 해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주 분야는 이전에 제도가 구획한 구분을 그대로 가져와서 아쉬웠다고 했습니다. 이주아동의 현장에서 시설에서 오히려 보호를 거부당해서 갈 곳이 없는 사례를 대응하면서 탈시설운동에 선뜻 응답하지 못했던 고민을 나눠주셨고, 동시에 이주민 정책과제로 현재 나와있는 대안의 언어와 내용에 대한 갱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업장 이동 변경의 자유가 일자리 안정에 대한 요구를 영영 밀쳐놓는 것은 아닌지, 보편적 출생등록제에 대한 요구가 단지 번호를 부여받는 것으로만 상상되고, 가족관계등록제도 변화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면 한계를 그대로 가진다는 소중한 지적을 해주셨어요. 또한 실질적으로 이주민이 노인이 되어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과 이어지지 않는다면 출생등록은 그 사람을 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장애이주민, 노인이주민, 피엘이주민이 ‘도덕적 해이’로 여겨지고 추방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한 가족동반의 권리를 말할때 종속지위로 초대받는 가족구성원이 과연 가족구성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가정폭력이 있어도 체류지위때문에 신고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같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대를 위해서 각자의 문제를 호소하는 걸 넘어서 서로 더 많이 알아가고 얽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제안했습니다. 

토론을 들으면서 정말 문제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핵심적인 통로를 발견하고, 질문을 시민사회와 운동사회에서부터 제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구위기를 빈곤한 소수자에게 전가하는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서, 점차 인종화된 차별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가족제도에 대한 고민을 가진 위치에서 이주민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필수적인 관점이고 실천이라고 느낍니다. 

이 보고서에서 돌봄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제대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시혜와 범죄화의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돌봄과 연대의 주체가 누구로 상상되고 있는지, 누가 제외되고 있는지, 정상화된 국가와 정책으로 해결될 거라는 판타지에서 소외되는 이들은 누구인지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더 많이 알아가고 가까이 가면서 돌봄이 또다시 시혜적인 제도로 돌아오거나 질서에 맞지 않는 이들을 범죄화하고 추방하는 빌미가 되지 않는지, 연대가 시혜와 범죄화에 공동으로 저항하는 지향이자 방법이 정말로 될 수 있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2024년에 낸 보고서는 수정을 거쳐 3월 초에 다시 배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