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나영정)



지난 7월 19일, <침몰가족> 공동체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지난 5월 가노 쓰치 감독님이 내한했을 때 열린 인디스페이스 상영회와 씨네토크에 참여하여 연을 맺은 뒤, 자체적으로 공동체 상영회 행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는데요, 2달여만에 성사되었네요.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와 함께 상영회를 준비하면서, 법적으로 혼자서 양육을 한다고 여겨지지만 결코 혼자서 양육하지 않는, 혼자서 양육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이들을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40여명이 함께 모인 공간에서 웃음과 탄식을 함께 나누며 영화를 보고 난 뒤, 패널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진행은 가족구성권연구소 나영정 연구위원이, 패널은 최형숙 인트리 대표와 한디디 커먼즈 연구자가 맡았습니다. 한디디님은 침몰가족의 자막을 번역한 장본인이기도 한데요, 일본에서 이 영화를 보고 한국에 꼭 소개하고 싶어서 감독님과 함께 자막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족, 젠더 등 정해진 역할과 질서에서 벗어나면서도 엄청난 힘과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에 큰 힘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최형숙 대표님은 영화를 보면서 20여년전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던 시간, 자신이 싱글맘임을 언론에 드러냈던 순간, 인트리를 만들고 800명에 이르는 회원과 함께 해왔던 세월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호코상의 도전적인 침몰가족 만들기를 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들기도 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면서 새벽까지 잠을 설치기도 했다고 하셨어요.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객이 들려준 질문과 소감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아래에서 몇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을 해서 살고 싶지도 않고 친정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나 혼자 키우고 싶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랑 같이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는 모르겠으니까 무작정 벽보를 붙이는 굉장히 특이한 캐릭터가 당시 기존의 사회운동에서 벗어난 다메렌(낙오자연대)이라는 그룹이랑 우연한 조우를 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그렇기 때문에 침몰가족이 일본이라서 가능했다기보다 뭔가 그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거를 실제로 실행하기 시작할 때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시너지 같은 정말 기적 같은 어떤 우연이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한국이냐 일본이냐 이런 사회적인 문화적 배경 차에서 이게 가능했다라기보다는 실제로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정말 모르는구나라는 어떤 생각이 들어요.”(한디디)
친구의 친구로 이어진 여러 남성들이 동시에 육아에 참여하는 모습, 다양한 방식과 스타일의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 섞여있는 영화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어요. 한편으로는 저런 모습이 한국에 펼쳐졌다면 미혼모에 대한 성적 낙인을 더 강화하는 사례로 소비했을것 같아요. ‘저러니까 미혼모가 됐지’하면서요. 한국에서는 공동육아의 방식이 너무나 강력하게 시설인것 같아요. 강력한 관리와 통제, 그리고 미혼모들끼리만 모여있다는 점에서 영화와는 완전 상극이죠. 저는 시설 밖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인트리를 만들었는데 여전히 우리끼리 있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까 제가 정말 해보고 싶은 새로운 방식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최형숙)
“침몰가족과 비슷한 예는 서울에서 빈집을 떠올릴 수 있어요. 빈집을 경험한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는 기시감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정서와 지향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빈집도 일을 하기 싫은 사람들이 시작을 했어요. 그러니까 일하고 그 노동을 하면서 그 한 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가능한 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그런데 이제 이게 다 일본에서 다메렌이 그랬고 한국에서는 이제 빈집이 그런 식으로 시작된 실험인데 그걸 서울에서 하려니까 돈을 안 벌고 살려면 생활비를 줄여야 되는데 서울에서 가장 큰 생활비는 역시 집세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이게 자연스럽게 원래는 주거 실험이 아니었는데 같이 모여서 사는 방식으로 된 거예요. 맨날 방 문은 열려 있고 집 문은 열려 있고 그 현관에 정말 신발이 엄청나게 많이 있고 사람들은 항상 드나들고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집도 점점점 늘어나고 뭐 이런 이제 엄청난 시기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한 2008년부터 10년 이상 진행이 되다가 결국은 그게 있었던 해방촌이 젠트리피케이션 되고 집잡이 올라가면서 그곳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약간 지방으로 흩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제 약간 그런 공동체들 공간을 만드는 어떤 금융 실험으로 이제 지속되고 있거든요. 근데 그때 빈집이 정말 딱 저런 풍경이었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저렇게 마구 오가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가 침물 가족에서도 저거 위험하지 않은가 이제 이런 얘기들을 사람들이 하기도 하고 그 침물 가족을 만든 이제 치치 감독 같은 경우에는 제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침몰 가족은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항상 사람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했다. 오히려 갇힌 집 안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들이 일어나는데 알지도 못하는 채로요.”(한디디)
참여자중에서는 여성 청소년으로서 빈집에서 살아본 경험을 가진 분이 있어서 성인남성들과 돌봄관계를 맺었던 기억을 나눠주었는데, 그 경험은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남성성과 매우 달랐지만 현재 일상에서 만나기도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짚어주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두 아이를 양육하고 독립시킨 이후부터 지금까지 노인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가면서 자유로움을 중요하시하는데, 그것을 위해서 섹스파트너 빼고는 누구도 사적인 공간에 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지키고 살아가고 있어서 공동생활에 대한 욕구의 차이를 이야기해주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한디디님은 침몰가족을 비롯해서 공동생활자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도 사적인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주기도 했어요.
침몰가족의 호코상은 의식적으로 운동적 실천이 아닌 듯하지만 사실은 매우 철저한 자기 신념에 기반해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감상을 나눠준 분도 있었습니다. 계획적인 탈주이고 의식적인 돌봄의 실천이라는 점을요. 그리고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는 책을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미혼부를 연구하는 여성학 연구자는 영화에서 생물학적 아버지의 캐릭터가 매우 흥미로웠고, 한국사회에서 미혼부 또한 재생산 주체로 인정받기 어려운 조건에서 양육을 해나간다는 점에서 많은 지점에서 공감하면서 영화를 보았다는 소감을 전했어요.
상영회를 통해서 침몰가족을 본 이들과 “대충 돌본다, 대충 돕는다, 힘을 뺀다,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와 같은 감각을 공통적으로 공유한 것 같습니다. 돌봄이 제도화, 서비스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참조점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디디님은 마지막으로 돌봄이 폭력과 가까이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타인의 자유를 돌보는 돌봄”을 제안했습니다. 최형숙님은 “한국사회에 여성, 엄마, 미혼모에 대한 규정이 너무 강력한 데 그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오늘 같은 자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10년전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들었던 페미니즘 수업을 통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삶의 길을 찾기 위한 기회들을 사회와 운동에서 더많이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 영화는 앞으로도 공동체 상영회를 통해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상영회를 주최하고 싶은 분은 문의해주세요!
** 가노 쓰치 감독의 차기작은 어머니인 호코 상과 할머니이자 일본의 여성사 연구자로 활약한 가노 미키요([천황제의 젠더] 저자)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해서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작성: 나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