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후기]2023년 6월 월례포럼 '무성애 가족: 자본주의, 재생산, 무/성애의 제국성'

2023-06-30


고나영 운영위원(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발제를 맡은 김은정 님은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을 창립하는데 참여했고, 현재는 장애여성공감의 회원이며 <거부당한 몸> 번역자이고,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의 저자이다. 현재는 시라큐스대학교의 여성/젠더학과와 장애학 프로그램 부교수이자 가족구성권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은정 님의 논문 초안으로 진행된 가족구성권연구소의 6월 월례포럼은 ‘무성애 가족’을 주제로 무성애-재생산-정상성-자본/제국 주의의 연결고리들을 잇는 토론을 진행했다. 



  장애-무성애, 정상성


  김은정 님은 장애여성운동에서 90년대 말부터 등장했던 '장애여성은 무성적이지 않다'는 슬로건을 통해 화두를 열었다. 이는 장애여성이라는 집단을 성적인 공통점을 가진 것처럼 선언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1) 탈성화: 장애여성 등 성이 끊임없이 억압/부정당하는 집단의 경험 2) 무성화: 자신의 성적 욕망 혹은 경험이 무성임을 설명하는 것, 개인이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무성의 경험’으로 두가지 개념을 설명했다. 


  2010년 이후 한국에서 무성애를 다루기 시작한 책들이 나오기 시작할 때 김은정 님은 무성애에 대해 연구하면서 무성의 과정이 장애와 뗄 수 없는 과정임을 느끼는 동시에 장애인이(혹은 무성이라고 믿어지는 집단의 사람들이) 무성성을 자기 정체성으로 갖기 어렵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했다. 서구의 무성애 담론과 운동이 평생동안 성적 욕망을 경험하지 않은 순수한 (백인남성 위주의) 무성애자를 주된 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자 정체성으로서의 무성애가 가지는 정상성과 연결된 한계를 확인하며 교차적 관점으로 장애와 무성애가 만나는 지점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장애인의 경우 발달장애인이 과도한 성적 표현을 할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욕구 혹은 문제라고 여겨지고 지체장애여성은 무성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즉, 기존의 성소수자들이 성적대상으로 병리화가 되었다면 장애인들은 무성 이론과 만나며 무성적인 존재, 과잉성애화 된 존재로 이야기된다. 장애인들의 성과 재생산권리가 권리로 인정되지 않고 욕구의 많고 적음으로, 양적으로 병리화 되는 것에 대한 해석은 장애인의 성과 재생산권리가 정상성 밖의 어떤 것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발표를 들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설문조사에서 많은 신경 다양성 자폐인들이 본인을 무성애자라고 정체화한다는 것이다. 고민이 더 필요하겠지만 친밀성, 폴리아모리, 다중의 파트너와 장애인의 관계맺기 욕구와 필요성이 연결되는 부분에서 위의 설문조사를 해석할 때 현재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장애인에게 다수의 생활동반자, 혹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조력자의 필요성을 고민하는 장애여성운동현장의 의제와 맞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고민이 들었다. ‘장애인이 무성적인 존재, 과하게 성욕구를 표현하는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존재로 이야기 될 때 나의 욕망을 지지할 주변의 관계가 없어서 스스로를 무성애자로  정체화하는게  본인의 욕구나 위치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안전하다고 느꼈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 자신이 몸으로 겪으며 실천하고 싶은 다양한 관계를 맺고자하는 욕구를 무성애자로 정체화하며 표현하지 않았을까?’ 결국 장애인이 대상화되지 않고 존중하는 관계맺기가 어려운 구조적 맥락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비서구 국가의 저출산-병리화-제국주의


  김은정 님은 세가지 사례를 통해 무성애가 비서구 국가의 병리적 현상으로 조명되는 것을 분석했다. 일본의 오타쿠들, 노인복지정책, 전통적 가부장제 등을 저출산, 경제적 문제의 원인으로 바라보며 결과적으로 서구의 성적 정상성을 강조하는 첫번째 사례와 국가의 재산 보호를 위한 한국의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사례는 북한에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남한에서 다시 후혼을 한 경우에 한정하여 북한의 배우자가 상속을 주장할 때 북한으로 국가재산이 넘어가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맥락에서 중혼을 허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무성 계약 결혼, 대만의 무성선언 사례를 살펴보았다. 무성애를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하나의 역사적 공간, 하나의 장으로서 바라보며 1) 산업화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서 무성애가 인종의 지속성을 어떻게 위협하게 되는가 2) 국가적으로 불임과 성별화 된 무성애가 통계와 담론을 통해서 어떻게 구성되는가 3) 장애인과 노인, 무성의 몸이 비난을 받으면서 경험하는 물질적/수사적 폭력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는가에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비서구 국가의 무성애, 정상성을 탈제국주의화 하기 위한 시를 낭독하며 월례포럼 발제는 마무리 되었다.



  생활동반자법과 연결되는 지점들


  발제가 끝난 뒤 너무 중요한 무성애 정치의 장과 여러 쟁점들을 연결하면서 쟁점들이 연결되며 질문을 주고 받았다. 혈연, 성애적 관계 중심인 가족제도를 벗어나는 관계는 무성애의 장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국가의 경제와도 연결되는, 경제적/물리적인 토대를 제외하고 가족을 이루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국가폭력, 강제적인 힘들에 의해 단절된 관계들을 어떻게 실질적인 친밀함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치적인 무성을 통해 강제적 성/다양한 억압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결여의 감정(원하지 않는)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국가에서 시행하는 탈시설 욕구조사 그리고 탈시설운동에서의 욕구조사를 피해자화 된 욕망의 주체가 아니라 새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등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고민이 생기기도 하고 각자의 고민에서 더 심화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민들을 어떻게 운동적으로 연대하며 나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특성, 사회적 구조상 욕구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람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김은정님이 마지막에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이 욕망을 가질수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원했을 때 그것이 가능하게끔 세팅(공간의 장)을 만드는 것. 가능성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매우 동의한다. 탈 욕망화/탈 성애화된 이들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 욕구가 없더라도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 그 권리를 함께 주장하고 싸울 사람들을 조직하는 가능성이 넓어질 수록 차별의 구조에서 같이 해방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함께 연대의 관계를 갖게 되었다. 이야기를 함께 하는 연대의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포럼을 통해 의제를 만나고 의견과 고민을 모으고 쌓아나가는 시간이 흥미롭고,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6월 월례포럼의 내용이 생활동반자법이 나아가야할 정책적 방향과 긴밀한  만큼, 더 많은 고민과 이야기를 함께 토론하고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