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고유가 피해지원금, 피해는 함께 겪는데 지원은 선별과 배제로 가를 수 없다

20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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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고유가 피해지원금, 피해는 함께 겪는데 지원은 선별과 배제로 가를 수 없다


정부는 고유가·고환율·고물가로 인한 서민층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소득하위 70% 국민이며,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고 고액자산가 가구는 제외하는 방식이다. 지급액은 거주 지역과 소득계층에 따라 차등화된다.


그러나 이 정책은 “피해지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 피해를 겪는 사람들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 외국인 배제, 가족 중심 대리신청 요건, 가구단위 소득산정 방식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행정 기준 밖으로 밀어낸다.


첫째,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차별이다. 행정안전부는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내국인이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외국인,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 등 일부만 예외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3개월 이상 장기체류 이주민 216만7000여 명 중 178만5000여 명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도됐다.


고유가와 고물가는 국적을 가려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주민 역시 한국 사회에서 노동하고, 소비하고, 세금을 내며, 교통비와 식비와 주거비 상승을 감당한다. 그럼에도 “국민”이라는 기준을 앞세워 이들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피해의 현실이 아니라 신분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가르는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0년 코로나19 재난긴급지원금에서 외국인주민을 배제한 것을 평등권 침해로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정책은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둘째, 대리신청 요건이 가족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현재 대리신청은 법정대리인, 주민등록상 동일 세대원,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에게 허용되며,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 등 관계 증명서류를 요구한다. 그러나 주민등록상 ‘동거인’은 동일 세대원에서 제외된다.


이 요건은 실제 돌봄과 생활 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법률상 가족이 아니라 친구, 동거인, 파트너, 활동지원인, 이웃, 공동체 구성원과 서로를 돌보며 살아간다. 장애인, 고령자, 병원 입원자, 1인가구, 가족과 단절된 사람, 가족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기 어려운 사람에게 가족 중심 대리신청 요건은 장벽이 된다. 피해지원금의 목적이 생활 안정이라면 대리신청 자격은 혈연·혼인 중심이 아니라 실제 위임관계와 생활지원 관계를 기준으로 넓혀야 한다.


셋째, 가구단위 소득산정은 개인의 빈곤과 위험을 가릴 수 있다. 이번 지원금은 개인별 지급으로 설계되었고, 성년 구성원이 없는 미성년자의 단독 신청, 가정폭력·아동폭력 피해자의 개별 신청 등 예외 규정을 두었다는 점에서 지난 코로나19 재난지원금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이는 가족 안에 있더라도 개인이 반드시 가족을 통해서만 지원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기본 전제는 여전히 가족과 가구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 소득과 신청 권한을 산정하는 데 있다. 같은 가구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소득을 공유한다고 볼 수 없고, 가족 구성원의 소득이 개인의 생활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가족 내 갈등, 단절, 폭력, 돌봄 부담, 경제적 통제 상황에서는 가구소득이 개인의 처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미성년자 역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가구원 몫의 지원금은 세대주가 신청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주가 통상 아버지 또는 남성 가장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가구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보는 방식은 가족 내부의 권력관계와 폭력의 현실을 지우며, 그 안에서도 세대주에게 신청과 접근 권한을 집중시킨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위기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이다. 그렇다면 지원 기준 역시 실제 피해와 필요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국적을 이유로 이주민을 원칙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되며, 대리신청은 가족관계증명서 중심이 아니라 실제 돌봄관계와 위임관계에 기반해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 소득산정도 가구 단위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실제 생계와 접근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


피해는 모두에게 오지만 지원이 일부에게만 닿는다면, 그것은 피해지원이 아니라 배제의 행정이다. 정부는 외국인 배제 기준, 가족 중심 대리신청 요건, 가구단위 소득산정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2026년 5월 21일
가족구성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