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후기]체제전환운동포럼 : 주거권과 가족구성권, 하나의 지도만들기 세션 후기

2024-02-07


- 일시 : 2024.2.1, 15:00~17:00  

- 사회 : 이종건 (옥바라지선교센터)

- 발제 1 : 한국 사회 ‘집’의 역사와 주거권 운동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 발제 2 : 가족은 어떻게 ‘집’에 포섭되거나 배제되는가? | 타리 (가족구성권연구소)

- 토론 1 : 이동현 (홈리스행동)

- 토론 2 :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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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구성권연구소는 2024 체제전환 운동포럼을 공동주최하였습니다. 총 700여명이 다녀간 3일간의 포럼에서 총 7개의 가로지르기와 오프닝 세션, 종합 세션이 있었고 폐막식도 열렸습니다. 길지 않았던 준비기간 속에서 헌신적으로 논의를 조직하고, 제한된 조건 속에서 최대한의 접근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던 준비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주거권과 가족구성권 새로운 지도 그리기> 세션을 민달팽이유니온,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과 함께 준비하면서 4주간의 연속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세미나에는 도시노동연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민주노총 서울본부, 옥바라지선교센터 등에서 활동하는 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하면서 더욱 확장된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원호 활동가의 발제를 통해서 한국사회의 주거정책이 철저히 국가와 시장의 주택공급을 통해 가족단위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이 주택을 소유함으로써 주거안정을 꾀하는 모델에 기반해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위해 아파트단지 개발을 인구정책과 연동해서 구사해왔고, 시민들은 주택소유라는 이상에 갇혀 다른 상상력을 갖지 못한 채 이 목표를 향해 달리도록 강제당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주택가격 폭등으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었고, 빈곤한 사람들과 홈리스의 삶에는 이런 체제가 만들어낸 폭력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또한 발제자는 사회운동이 이러한 주거정책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주거권 운동은 철거민 운동으로 협소하게 이해되어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발제자는 크게 4가지 방향으로 대안적 운동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첫째, 자기소유 신화에서 벗어나 주택의 사회화를 주장하기. 이를 통해서 더이상 집값 내리기가 아닌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둘째, “내놔라, 공공임대” -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주택을! 공공임대주택은 주택의 탈상품화와 주거권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적 요구입니다. 셋째, “팔지마, 공공의 땅” - 미래를 위해 점거하자. 공공의 땅을 지킴으로써 공유지를 지키고 더 확보하면서 주거권 확보를 실현해나갈 수 있습니다. 넷째, “늘려라, 세입자 권리!” 민간임대주택의 사회적 통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정주권 확보를 위한 방안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타리 활동가의 두번째 발제는, 한국사회에서 가족과 집이 경제성장을 위한 인구정책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도구로 종속되어 왔음을 짚고, 자본주의 체제 발전과 유지의 도구가 되지 않는 개인과 가족, 공동체를 어떻게 욕망하고 추구할 수 있고, 이것을 어떻게 사회정의와 연결시키며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몸/마음 노동을 인식하고 차별과 위계를 타파할 수 있는지 등, 가족구성권 운동이 해왔고 앞으로 하게 될 질문들이 단지 이미 존재하는 제도적 대안으로만 수렴되지 않을 방법이 있을는지를 질문했습니다. 

 어떤 사회정책의 영역보다 압도적으로 대출을 중심으로 한 ‘지원' 정책과 극소수의 주거복지 정책으로 마련된 상황에서, 때로 주거권의 요구는 1인가구, 청년, 동거가족, 동성커플을 위해 분양과 대출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으로 표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거권과 관련된 차별이 무엇인지가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국가가 주거권을 기본권으로서 보장하지 않고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서 인구집단을 선별하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제도화된 정체성 범주를 해체하고, 집과 가족 모두를 도구화하는 전략 자체에 맞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발제자는 주거권과 가족구성권 운동이 서로를 가로지르고 사회운동이 함께 고민하기 위해, 그동안 주거권을 박탈당해왔던, 주거권을 요구해왔던 주변화된 현장들을 짚었습니다. 가족상황차별로 주거권을 제기했던 '소수자주거권확보를위한 틈새모임'의 작업, 장애인 탈시설 운동이 제기해온 시설폐쇄와 주거권, 도시권에 대한 요구들, 청소년 주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작된 운동, 이주민/난민이 제기하는 주거권의 요구들, 성소수자 주거 상황들을 공유했습니다. 이러한 소수자들의 주거상황을 통해, 제도화된 정체성으로 분할된 방식으로는 주거권이 오히려 확보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현재 체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공공성을 파괴하고 공적인 자산을 기업·자본의 소유로 만드는 데 대한 저항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소유와 공동의 관리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가족과 집, 도시와 공유지에 대한 영역에서도 비껴날 수 없습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뿐만 아니라 가족과 집을 떠날 권리를 가지고, 떠난 이들이 어떻게 은폐되거나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공유지로, 공공의 공간으로 나와 새로운 가능성을 꾸리고 관계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를 상상하는 것이 가족구성권연구소가 몰두하는 고민입니다. 



 토론자를 통해서 더 구체적인 현장의 요구들과 접목할 수 있었습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홈리스 상태에 있다가 임대주택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법적 배우자 때문에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거나 이혼절차를 마무리하느라 곤란을 겪었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부양의무제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가족으로 인해 권리를 얻는 과정에서 질곡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이 지적했습니다. 또한 공공임대 주택이 분양전환이 가능한 모델이 나오면서 공공성이 급격하게 훼손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영구임대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공공장소와 공유지에서 홈리스를 배제하고 추방하는 관행을 당장 중단시키기 위한 공동의 더 강력한 투쟁을 제기하고, 나아가 이주자 홈리스의 상황에 주목하고 이주민 운동과의 더 끈끈한 연대를 통해 이주민 홈리스의 생존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나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두번째 토론자인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활동가는 ‘제너레이션 렌트’ 개념을 제시하며 평생 세입자로 살아갈 세대를 짚었습니다. 평생 세입자로 살아가는 것이 불안하거나 불쾌한 일이 아니라 괜찮은 일이 되기 위해 ‘세입자’를 긍정하는 사회운동의 정치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입자 착취가 용이한 현재의 구조를 바꾸고, 무법지대와 같은 주택임대차 시장을 갈아엎고, 보증금을 마치 자신의 재산처럼 여기며 미반환하는 것을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여기던 권력관계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입자들이 서로 폭탄을 돌려막기하며 버텨왔던 상황에서 전세사기 문제가 터졌습니다. 세입자여도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라야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집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이 가족과 공동체, 사회 전체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장소를 소유하지 않고도 서로를 돌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상호돌봄을 실천하며 그 자리에 머물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은, 집을 소유할 권리가 결코 보장하지 않는 삶의 존엄성입니다. 지수님도 “내놔라 공공임대, 팔지마 공공의땅, 지켜라 세입자 권리”를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우리가 어떤 집에서 어떤 동네와 도시에서 살아왔고 살아가고자 하는지, 그것을 "소유가 아닌 존재로 이야기하자"는 마지막 문장이 깊이 남았습니다. 

 사전 질문과 플로어 토론을 통해, 지방분산 정책과 헌법개정을 통한 토지공개념의 확보 필요성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원호 활동가는 주거권 운동이 지역운동과 긴밀하게 만나지 못해왔던 한계를 지적하며 수도권 과밀화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자고 했습니다. 동시에 빈곤한 사람이 대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무시하지 않고 해법을 찾는 일의 중요성 또한 함께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노년주거권이 박탈되는 상황, 자가소유를 하더라도 고립되거나 가족이 돌봄을 미끼로 자산을 강탈하는 상황들을 함께 보아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또한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단체로서 주거권 운동을 하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지수님은 세대적인 요구로서 주거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주거정책에 도전하고 급진적을 대안을 제시하는 청년들의 운동이라고 여긴다는 위치를 밝혀주기도 했습니다. 

 주거 공공성 확장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제안과, 홈리스 현장을 퀴어링하는 실천들이 더 확산될 수 있는 방법, 가족중심의 복지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고민에 대해, 타리 활동가는 먼저 한국사회가 탈가족화 정책을 사회화가 아니라 시설화의 방향으로 추진해온 사실에 대해 짚었습니다. 따라서 탈시설 운동 속에서 발견하는 주거권의 요구와 돌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중심으로 가족중심의 복지체계를 변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공공성의 확장을 위한 실천은 현재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현장 속에서 의미와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습니다.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에 맞서는 운동은 생존과 노동과 관계가 녹아있는 장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이 그 장소를 지키려는 싸움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집주인도 업소주인도 아니고 심지어 세입자도 아닌 성노동자들이 그 공간을 길게는 수십년간 점유해왔다는 것을 드러내고, 이를 기반으로 존재 자체를 점유할 권리의 근거로 삼는 것이 공공성을 갱신하는 실천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마무리 발언에서, 이동현 활동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요양병원이나 시설 입소가 아닌 형태로 자신이 살던 집에서 떠날 수 있기 위해서는, 주거권과 돌봄권이 보장되고 가족주의, 시설주의, 정상성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민달팽이유니온은 세입자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협의회는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 함께 하자는 제안으로 세션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 주거권을 확보하려는 다양한 얼굴들을 다양한 장소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의제가 체제전환 운동포럼에서 다룬 노동, 페미니즘, 반전평화, 에너지 정의, 교육, 농 운동과 단단히 엮이는 가운데 대안적인 체제를 그려나가기 위해, 포럼의 참가자들은 3일간의 열띤 논의를 지속했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올해 가족구성권의 권리를 급진화하고 주거권을 비롯한 사회적 권리를 실현하는 데 있어 시민들 간의 결속과 연대가 어떤 식으로 더 가능해질 수 있는지, 제도화의 방식은 어떻게 가능하고, 제도화를 넘어선 다양한 층위의 변화와 실천은 무엇인지를 계속 찾아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체제전환을 희망하는 이들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작성 : 타리/나영정 운영위원, 사진 : 체제전환운동포럼)


*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 현장 토론 동영상과 자료집 파일은 이후 체제전환운동 홈페이지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