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 판결에 부쳐 -피부양자 범위의 확장, 차별금지원칙의 확인을 환영한다!

2023-02-21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 판결에 부쳐
피부양자 범위의 확장, 차별금지원칙의 확인을 환영한다!



2023년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동성결합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였습니다. 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하는 피부양자의 범위가 법률이 정한 가족 및 부양의무의 범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며 민법상 가족의 범위로 피부양자를 한정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의 피부양자 제도는 가족에 대한 부양을 근간으로 설계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해석과 운영은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 의무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이러한 피부양자 제도 운영은, 피보험자 제도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 및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기존의 가족 개념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할 것이다.결국, 사회보장으로 기능하는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는 피부양자 제도의 출발점일지언정 그 한계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중 일부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재난/안전, 사회보장, 죽음/질병, 근로조건, 토지/주택, 행정/사법 등 삶의 대부분의 영역에 관여하고 있는 법률상 ‘가족’ 범위가 이성애법률혼과 혈연으로만 한정될 때 그 외의 다양한 관계와 삶에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문제를 지적해왔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상의 피부양자의 범위를 확장하여 해석한 본 판결은 앞으로도 다양한 법제도에서 민법상 가족의 범위 내에 있지 않은 다양한 돌봄, 친밀성, 부양 관계를 지원의 대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또한 “동성결합은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무에 대한 상호간 의사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 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결국 사실혼과 동성결합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 의무는 본질적으로 이를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실혼과 동성결합의 피부양자 판단을 다르게 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하여 하는 차별대우”라고 함으로써 비이성애적 가족실천에 대한 평등의 원칙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오늘 동성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의 승리는 국가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족상황차별을 유지해 온 억압적이고 강제적인 사회에 균열을 만들어 낸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위치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이성애결혼˙혈연중심으로 가족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779조, 건강가정기본법의 유지, 그리고 ‘혼인은 남녀의 결합’이라는 기존 법의 해석은 시민들의 고통을 강화하고, 사회적인 고립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국가의 역할은 시민들을 고립시키고,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는 시민들의 삶에 맞게 서로의 삶을 연결하고,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물적토대를 확보하고, 차별과 혐오에 놓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성소수자가 건강보험에서 뿐만아니라 노동, 주거, 의료, 장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는 ‘혼인은 남녀의 결합’이기때문에 동성배우자가 부양관계일 수 없다는 법의 해석에 도전하고, 또한 성소수자들이 맺고있는 다양한 관계들이 법적인 보호나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사회를 향해서 함께 전진해야 합니다. 



한국사회는 이성애결혼˙혈연관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생활공동체를 구성하고, 경제적인 협조를 주고받는 다양한 친밀한 관계들이 사회적으로 가시화 되고 있습니다. 누구와 함께 의지하면서 살아갈지를 결정할 수 권리가 존중되고, 시민들이 함께 상호의존하는 다양한 돌봄망이 우리 사회를 다시 만드는 방향이 되기를 바랍니다.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만드는 원칙이 오늘 판결문에서 그대로 확인되었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명시한 본 판결을 환영하며 다양한 층위의 친밀성·돌봄 관계에 대한 인정이 상식과 원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피부양자 범위의 확장, 차별금지원칙의 확인을 환영한다! 



2023. 02. 21
가족구성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