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안내]가족질서 밖 소수자의 장례와 애도를 위한 사례보고서 : 퀴어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관계성을 중심으로

2023-02-01

가족질서 밖 소수자의 장례와 애도를 위한 사례보고서 : 퀴어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관계성을 중심으로
발간: 가족구성권연구소
지원: 아름다운재단

게시: 2023년 2월 9일

퀴어의 죽음과 장례절차의 전 과정에서 누가 애도의 주체가 될 것인가? 퀴어는 어떻게 나답게 죽는 것이 가능한가? 어떻게 나답게 기억될 것인가? 나에게 중요한 이들은 내가 떠나는 과정에 어떻게 참여하고, 마땅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연구소가 만난 퀴어들은 고통과 질병, 빈곤과 차별의 삶에서 서로를 돌보았다. 이 돌봄은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의 삶을 조력했으며, 1:1의 관계를 넘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가족질서 밖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그 중에 누군가 이 세상을 떠났을때 장례와 애도에 참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원가족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이 상황은 왜 부당한가?

소중한 이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가. 배우자
나. 자녀
다. 부모
라. 자녀 외의 직계비속
마. 부모 외의 직계존속
바. 형제ㆍ자매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무연고장례를 강제하여 사실혼배우자, 동성커플, 사촌, 공동체가족 등 많은 이들이 장례와 애도절차에서 배제를 당해왔다.

2022년 장사법 개정으로
사실혼 관계나 장기간 지속적으로 동거하며 생계·주거를 같이 한 경우,
사망자가 생전에 공증문서나 유언장 등을 통해 사후 자신의 장례주관자로 지정한 경우,
친구, 이웃, 종교활동 및 사회적 연대활동 등에 따라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경우 장례를 진행할 수 있다는 구체적 예시를 지침으로 마련하였다.
이들은 장사법상 ‘연고자’로서의 권리・의무를 지니게 되거나, 연고자가 아닌 ‘장례주관자’로서 장례의식 진행, 장사방법 및 장사시설 결정, 사후 장례결과 지자체 보고 등 장례절차에 한해 의무를 지게 된다. 단, 장례주관자가 될 경우 고인은 무연고시신 통계에 포함된다.

하지만 여전히 장사법상 연고자가 혈연과 이성혼 관계 안에서만 인정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장례의 과정에서 사실혼 배우자, 동성 커플, 친구 등 장례를 치르고자 할 경우에는 장사법상 선순위에 해당하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모두가 연고자 지위를 포기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라는 것은 결국 고인된 이후에 생성되는 지위이다.
또한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줄수 있는 사람은 환자의 직계존속ㆍ비속,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 (모두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까지이다. 연고자인데도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뗄 수 없어 장례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지방자체단체에 협조 공문을 요청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퀴어에게 장례식은 고인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고인이 함께 해 온 친구와 파트너가 공적인 추모의 장에 등장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그러나, 동시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인해서 가족들이 장례식이 참석하는 것을 거절할 수 있는 추방의 공간이기도 하며, 고인이 에이즈로 인해서 사망했다는 것을 밝힐 수 없는 금기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Katherine Cox).

퀴어에게 법률혼과 혈연가족중심의 장사법이나 규범적인 애도의 과정은 자신이 의지하고 있는 대상에게 장례를 맡길 수 없도록 하여 삶의 결정권을 침해하며, 원가족과의 불화로 집을 떠나 살고 있는 이들이 세상을 떠나는 과정에서도 적절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공적인 주체가 되어 애도할 권리, 애도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애도할 권리, 애도받을 권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 누군가에게는 투쟁의 영역이 된다. 따라서 공적인 애도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정상'을 말하는 사회규범에 대항하는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 영역은 불온하고 퀴어한 시민권을 생성하는 정치적인 장이 된다."(김순남)

“처음에는 부모님이 방도 빼달라고 하고, 본인들이 이제 집을 못보시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며칠 뒤에서 연락와서 핸드폰, 노트북을 돌려달라고 요구를 해서, 그날 지방에 있었는데 새벽에 운전해서 올라와가지고 친구들이랑 다른 친구들이 도와줘서 급하게 훔쳤어요. (사례 A, 친구)

“(에이즈환자 쉼터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우리가 지인에게 연락을 하려고 해도 누구에게 무엇까지 알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인이 거의 참석하기가 어려웠죠. 어떻게 보면 남들 밖에 없는 장례식인거에요.”(사례 G, 에이즈 환자 쉼터동료)

“우리가 이 친구의 본명도 몰랐고 그래서 누가 죽었다고 그랬을 때 이름도 몰라서 어떻게 찾아야 되는지도 되게 헤맸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정말 얘 이름을 몰랐으면 진짜 장례식장도 몰랐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그러니까 우리는 이 친구의 다른 삶을 모르고, 당연히 여기에 가족들도 이 친구가 어떤 친구들을 만났는지를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장례식장이 하나의 되게 이상한 만남의 장이 된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굳이 우리가 이 친구가 이렇게 살았다는 걸 부모한테 죽어서도 숨겨야 되나라는 생각이 나중에 좀 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그냥 가리지 않고 회원들 같은 경우에는 화환을 보내거나 이런 것들을 망설이지 않는 것 같아요.” (사례 I, 성소수자단체 활동가)

“제일 힘든 건 내 슬픔을 가까운 가족 지인 친구들에게 받지 못했던 상황들인 거죠. 그렇죠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그러니까 너무 슬픈 일인 거죠. 배우자를 잃은 거에 대한 슬픔도 슬픔이지만 그런 슬픔을 위로받지 못하는 것도 너무 슬픈 거죠. 내가 그렇게 슬퍼하면 친구가 그런 건데 왜 이렇게 슬퍼해?라고. 사실 그 지점은 지금도 남아 있는거죠.”(사례 E)

그거 뭐라고 하죠. 수의 치마 수의 안 입고 싶다. 화장 안 하고 싶다. 얼굴에 그런 것들 그리고 장례식장 음식 또 채식하는 친구들이 먹을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것들을 얘기했던 게 있어서 그런 것들을 전달을 했고 드렸고 처음에 부모님들은 어떻게 해야 될지 사실 모르셔서(사례 A)

정책제안

장사법 등 개정
고인의 결정권을 존중하여 장례를 주관할 수 있는 연고자의 범위 확장, 사후자기결정권 보장

2. 장례와 애도의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공공화
연고자가 장례비용이 없어 시신 인수를 포기하지 않도록
단지 장례비용을 이유로 존엄한 죽음이 박탈되지 않도록

3. 유대와 돌봄의 관계를 인정하는 법제도의 개정
민법 제779조의 삭제
생활동반자등록법(가칭) 제정
동성혼 법제화

4. 가부장적 장례문화 관련 법제의 개선 : 가정의례준칙 폐지
5. 소수자의 삶을 이해하는 죽음과 애도과정의 조력 제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