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후기]2024년 4월 월례포럼: 오혜진, <소수자 시민권의 제도화와 한국문학의 상상력>

2024-05-20

4월 월례포럼 후기


후기 | 2024년 4월 월례포럼: 오혜진, <소수자 시민권의 제도화와 한국문학의 상상력>

 

일시 |  2024.04.17. 오후7시

장소 | 커뮤니티센터 늘봄


  가족구성권연구소 4월 월례포럼은 오혜진님을 초대해 그의 학위논문 <포스트페미니즘 시대 한국 여성문학·퀴어문학 연구 - 2010년대 이후 시민권 담론과 소수자정치>를 4장, 5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발표를 맡은 오혜진님은 한국 문학의 주류 담론을 비판하고 페미니즘 리부트를 계기로 등장한 여성/퀴어 독자 및 문학을 다루는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의 저자이자, 그동안 시민운동과 그 현장에서 문화 및 문학 비평을 해온 연구자이다. 이번 월례포럼에서는 그가 박사논문을 4장, 5장을 중심으로 발제했고, 포럼의 참석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구성권연구소 활동가들뿐 아니라 연구소 소속 단체를 비롯해 연구소와 여러 계기로 인연을 맺고 있는 활동가들도 참석해서 각자 소회를 나눌 수 있었다. 문학 연구로 월례포럼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 활동가들의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참여자들이 가진, 여러 방면에서의 목소리와 문제의식을 나눌 수 있어 더욱 뜻 깊었다.

 발표자는 논문을 통해 특히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활동과 문학 혹은 시민운동과 문학이라는 두 영역이 만나고 뒤섞이는 장면을 포착하고 그 장면에 개입하고자 했다. 시민운동의 흐름에서 페미니즘 리부트, 포스트페미니즘의 담론은 시민권과 여성, 퀴어 사이의 긴장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논문은 이러한 긴장감이 시민권을 둘러싼 운동의 전략이 포섭과 배제의 문제와 밀접하게 닿아있기에 발생한다고 짚는다. 이는 페미니즘 리부트를 전후로 소수자 운동의 전략과 양상이 2000년대 시민권의 서사를 본격적으로 차용해온 것과 맞닿아있다. 한국 사회에서 ‘정상성’ 혹은 ‘규범성’으로부터 배제된 이들의 얼굴을 가시화하는 것, 이들이 시민이 아니기에, 혹은 2등 시민이기에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가시화하는 것, 이를 통해 이들 또한 한국 사회의 시민이 될 수 있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전략과 양상은 그간의 한국 문학 장에서 다루어져왔고, 페미니즘 리부트를 계기로 여성/퀴어문학이 인기를 얻고 주류화되는 현상을 통해서도 살필 수 있었다. 이때 여성/퀴어문학은 소수자의 공적 발화의 양식으로 기능해왔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여성, 퀴어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퀴어의 삶(‘나’는 누구인가, ‘나’와 관계 맺는 이들은 누구인가, ‘나’와 내 옆 사람은 어떤 시민적 관계를 맺어나가는가,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나’는 어떤 수행을 하고 있는가 등)을 재현하고, 드러내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문학 속 인물들은 자신의 소수자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정치적인 위치와 입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학, 나아가 ‘글’은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다. 

  발제에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즉  ‘포스트(post)페미니즘’ 시대에서 여성/퀴어문학은 확장된 평등의 모습과 그 이면에 있는 고착화된 계급의 모습을 재현해왔음이 강조되었다. 동시에 여성/퀴어문학은 시민권 자체를 퀴어링하는 정치의 열쇠를 쥐고 있기도 한 점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오혜진은 문학이 재현하고자 하는 소수자의 시민됨에 대한 욕망이나 상상을 통해 시민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어디에 비판적 개입이 필요한지를 분석했다.

  특히 5장에서는 가족구성권과 관련된 주요한 문학작품이 다뤄지며, 퀴어커플의 가족되기와 동성혼 법제화가 문학을 통해 재현되는 양상이 분석된다. 논문은 이를 “동시대 퀴어문학은 비이성애적, 비혈연적으로 구성된 친밀한 관계를 공인받고 안정화하고 싶은 퀴어시민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사회적 단위로서 기능하는 ‘퀴어가족’의 형식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219)고 분석한다. 발표에서 그 구체적인 예로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에 대한 분석을 다루었는데, 이 소설은 “시민들의 생활세계에서 레즈비언 커플인 ‘나’와 ‘너’가 어떤 존재로 식별되는가의 문제”(221)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이어지는 분석은 소설에서 재현되는 레즈비언 커플의 사회적 삶을 토대로 왜 퀴어커플의 시민권이나 시민됨마저도 ‘가족을 전제로 인클로징’되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데, 이것은 그동안 돌봄 문제에 있어서 여러 분야의 시민운동에서 제기한 문제의 핵심이다. 오혜진의 논문에 따르면, ““딸에 대하여”가 재현하는 레즈비언 가족에 대한 상상에서 눈여겨볼 것은 가족을 성립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돌봄’의 기능이 강력하게 제시”(225)되는데, 그는 “어째서 그 순간에도 ‘가족이 그 모든 돌봄노동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고 전제되는가’의 문제”(227)를 제기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닌, 그밖의 친밀한 관계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난잡한 돌봄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볼 수 있다 . 

  또 다른 한 축으로 논문에서는 동성결혼이 법제화된 세상을 꿈꾸거나 가정하는 소설들을 분석한다. 조우리의 “오늘의 세레머니”가 그 중 하나인데, 소설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의 혼인신고서를 수리하는 두 공무원의 행적이 묘사된다. 이때, ‘수리된, 동성 커플의 혼인신고서’는 그 의미나 상징을 설명할 필요 없이 당연히 성취되어야 하는 것,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재현되는데, 이에 오혜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적인 개입을 이야기했다. 첫째로는 퀴어 정치 및 운동에서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의견과 내용은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해왔고, 담론장은 매끄럽지 않고 오히려 격동한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퀴어커플이 결혼하는 것이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 또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혼인신고서라는, 서류 한 장의 막강한 힘과 권위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왜 그 서류 한 장이 그렇게 중요하고, 그 서류 한 장이 지닌 특권적인 위치를 지니는지를 질문하기에 오혜진의 분석은 동성혼 법제화라는 이슈를 첨예하게 정치화한다. 

  발제 후 논문과 발표 내용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누었다. 글쓰기라는 방식이 한국 문학장에서 오랫동안 억압이나 탄압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재현되고 불려 나왔는데, 그렇다면 누가 글을 쓸 수 있는지, 누가 글감을 가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한편, 그러한 문해력이 있는 사람이 가진 보수성이나 규범성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었다. 또한 대만은  2019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혼이 법제화되었는데, 이처럼 소수자 정치가 제도화된 이후에 퀴어적 상상력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나누었다. 

  포럼 참여자들은 논문과 발표를 통해 그간의 격동하는 소수자정치의 장과 그 흐름을 문학을 통해 짚어볼 수 있었다는 점을 좋았던 점으로 꼽았다. 논문에서 2010년대와 그 이후 문학에서 인물의 글쓰기라는 공통된 장면을 포착하고, 그 행위가 탈정치화되는 방식으로 재현되지만 실은 굉장히 정치적인 함의를 담고 있음을 분석한 것 또한 탁월하고, 깊이 배울 수 있는 점이었다. 발표자는 논문과 발표를 통해 시민권 담론이나 소수자 정치가 그 자체로 진보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시민권 담론은 특권층으로서의 시민이 되기를 갈망하면서 역설적으로 그 시민이 누구인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그것이 특권적인지를 비판한다. 이에 대한 참여자들의 공감과 배움을 토대로 앞으로도 소수자 정치의 제도화로부터 기인하는 긴장감, 난잡한 돌봄, 비규범적인 관계 맺음과 삶 등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자원을 만들어나갈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작성: 뀨뀨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