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ㅣ 함께하는 포럼 <다양한 몸/관계의 돌봄 드러내기 : 퀴어남성을 중심으로>
11월 27일 저녁 7시, 서울시공익활동공간 삼각지 다목적홀 모이다에서 ‘2023 함께하는 포럼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다양한 몸/관계의 돌봄 드러내기 : 퀴어남성을 중심으로> 포럼이 진행되었다. 연구 주제와 사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월요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청중이 2시간 10분 동안 열띤 논의에 함께 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2023년 7월부터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퀴어남성의 돌봄 실천과 이를 통해 생성된 퀴어한 유대를 연구하고 있다. 부모와 파트너, 친구가 질병 등으로 단기, 장기적 돌봄이 필요할 때 이를 수행하는 퀴어남성 10인의 경험을 인터뷰하고 분석했는데, 이번 포럼은 연구의 중간 결과를 공유하고 퀴어, 돌봄, 남성성, 가족, 파트너십, 질병, 나이듦 등에 대한 소감과 연구 마무리를 위한 제안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 행사는 가족구성권연구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언니네트워크,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이 공동 주최했다.
돌봄에 대한 걱정과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퀴어 남성 당사자들, 퀴어활동가와 연구자들의 다양한 관심과 열기를 아래 짧은 글로 다 전할 수는 없겠지만, 후기를 통해 이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더 많은 이들과도 현장 분위기와 연구내용을 나누고자 한다.
게이 남성의 소수자성과 커뮤니티의 돌봄 경험
사회자 나기 연구위원(가족구성권연구소)은 전통적 돌봄패턴에 생긴 변화의 하나로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노년 성소수자 인구 증가를 지적하며, 이들이 새롭게 형성하는 유대로서의 돌봄, 친족 만들기로서의 돌봄,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돌봄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게이 남성은 문란하고 성적인 존재로 여전히 이야기 될 뿐 어떤 돌봄을 실천하고 어떤 유대와 만나는지에 대한 논의는 공백인 상황에서 이 연구는 게이 남성의 돌봄 실천을 중심으로 퀴어한 돌봄의 의미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원가족, 파트너와 친구, 커뮤니티 돌봄을 하는 게이남성의 존재가 한국 사회에서 언제,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 첫 발제를 맡은 김대현 연구자는 20분간 무려 73장의 슬라이드를 넘기며 돌봄을 수행하는 퀴어 남성의 존재와 커뮤니티의 역동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짚어주었다. 요약하자면 이 연구에서 주목한 퀴어 남성의 돌봄 실천은 “이성애 결혼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결혼하지 않는 게이’의 등장이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성애 결혼에 대한 압박을 거부하고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자본을 포기한 이 “결혼하지 않은 첫 세대” 게이의 출현은 1990년대초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 게이업소를 포함한 게이커뮤니티의 부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게이 인권단체/업소/커뮤니티, 그리고 비(이성애)혼 게이의 등장과 돌봄 실천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형성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랩처럼 빠르게) 전개되었다. 상대방 여성을 속이고 결혼해서 그들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그저 한 개인의 결단으로만 추동된 것은 아니었다. 성소수자 운동을 통해 퀴어인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이성애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억압이 문제라는 것을 주장했고, 혐오에 맞서 성소수자를 새롭게 정의하는 역량이 생길 수 있었다. 성소수자들이 제도적 이성애와 자신들을 분리하고 ‘결혼하지 않는’ 삶을 실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나 자신처럼 이성애 결혼을 하지않고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주변 친구들의 존재와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또한 거기에는 이성애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결심과 더불어 (비록 강제적이지만)비혼의 측면도 있다. 인터뷰이에 따라 나이 들수록 게이로서의 성 정체성에 대한 규정을 상회하는 비혼으로서의 공감대를 더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종로와 이태원에 들어선 게이 업소들의 존재는 퀴어 남성으로 살기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또 다른 사회적 조건이었다. 이 게이업소들 역시 게이커뮤니티의 일부로 역할하며, 퀴어 남성들의 ‘친정’이 되기도 하고, 그들 나름의 여성성을 수행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업소에 고맙다고 꽃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이 곳을 단순하게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게이커뮤니티도 시간이 흐르며 변화를 겪는데, 특히 게이 인권 단체와 게이 업소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예컨대 인권 단체에서 상담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퀴어 남성들을 위해 술집을 열어서 쉽게 상담의 역할을 하고, 게이바를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으로 크게 차려 각종 퀴어 행사에 대관을 해주는 등의 활동이다. 경제적 이익이 없더라도 커뮤니티에 일조했다는 보람이면 충분한 사람들의 돌봄 실천은, 인권단체와 업소의 경계를 허물며 바람직한 난잡함을 만들어 나간다. 2010년대부터 SNS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었다. 퀴어 남성들은 소위 게이스북을 통해 인권단체를 경유하지 않고도 행사에 참여하고, 온라인 활동과 취미모임 등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기존의 게이바가 해주지 못했던 커뮤니티 돌봄 서비스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커뮤니티가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HIV 감염에 대해서 게이 커뮤니티가 훨씬 더 깊은 낙인을 갖고 있다거나, 커뮤니티 내 계급적인 차이 등이 그와 같다. 코로나 이후 그러한 계급적 차이가 더욱 가시화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돌봄 실천의 갈래와 실제
두 번째 발표는 실제로 다양한 돌봄을 하고 있는 게이 남성들의 돌봄 실천을 다루었는데, 듣는 내내 무엇이 돌봄이고, 어디까지가 돌봄인지에 대해 줄곧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영정 연구위원은 퀴어남성의 돌봄을 원가족 돌봄, 파트너 돌봄, 친구 돌봄 관계망 이 세가지로 유형화하고 인터뷰 참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돌봄 실천의 갈래와 양상이 어떠한지를 소개했다.
먼저 원가족 돌봄은 부모와 동거하고 간병을 도맡아 하며 자신의 삶을 쏟아 부었다는 정도로 의미화하는 사례, 주 돌봄을 제공하는 형제자매를 도와 보조적 돌봄에 참여하는 사례, 간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동거와 일상적 자녀 역할 수행을 돌봄으로 인식하는 사례 등으로 구분했다. 이 부분에서 게이 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날 종로 속담을 들어봤냐는 발제자 질문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결혼을 ‘해드리지 못한’ 아들로서 원죄가 있고, 평생 기회가 될 때마다 부모에게 뭔가를 하도록 만든다는 것인데, 결국 효도를 하는 추동력이 죄의식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죄의식은 어머니와 라이프 파트너가 되기로 선택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무엇이 돌봄인지, 어디까지를 돌봄으로 의미화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팀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흔히 식사를 보조하거나 직접적인 간병 노동만을 돌봄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 돌봄자를 보조하고 있는 한 인터뷰 참여자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정 처리, 쇼핑과 같은 일이 돌봄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연구팀의 의견은 달랐다. 돌봄을 전담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행정서류 작업을 하고,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최저가를 찾아 쇼핑하는 사람의 노동과 시간 역시 돌봄의 과정이라고 연구팀은 의미화했다.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역할, 이것 역시 중요한 돌봄이라고 보았다.
부모에게 하루에 두 번씩 전화를 하는 참여자의 시간과 노동도 마음을 헤아리는 돌봄, 궁금함을 해소해 주는 돌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 돌봄은 관계를 맺는 방식, 동거여부와 기간, 장애나 질병 여부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양상들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신을 던져가며 수년간 배운 돌봄의 기술을 총동원해서 투병 중인 파트너를 돌보는 강도 높은 간병, 가사노동, 돌봄이 있는가 하면, 무료한 시간을 견디는 것 자체가 돌봄이고, 돌봄을 받는 사람의 일상과 삶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계속 신경 쓰는 것이 돌봄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경험이 동거하는 사람들에게 돌봄을 주고받는 특별한 시기가 되기도 했다. 친구 돌봄 관계망은 일상적인 돌봄 수행과 감정적 살핌 부터 생계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와 관련된 책임성까지 나누는 관계까지 다양했고, 직장에 퀴어 커뮤니티와 돌봄 관계망들을 만들어 서로의 고립과 빈곤을 살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퀴어돌봄의 정동
마지막으로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가 퀴어돌봄의 정동에 대해 발제했다. 결혼하지 않은 첫 세대 게이의 출현과 그들의 돌봄 실천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퀴어를 바라보는 태도와 낙인 속에서 돌봄이 어떻게 수행되고 어떤 감정이 가시화되는지를 통해서 이 사회에서 퀴어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삶을 살도록 강제하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퀴어 돌봄의 정동을 다섯 가지, 즉 말할 수 없는 고통, 취약함, 불가능성, 뒤쳐짐, 급진적인 수용하기로 포착하고 있다. 분석 내용을 요약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1) PL 당사자는 사람들이 왜 일을 하지 않는지 수근거릴 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 이처럼 말할 수 없는 고통이란 커밍아웃을 할 수 없음, 돌봄을 수행하고 있지만 나의 존재를 드러내기 힘든 조건들, 하소연할데가 없으므로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곁이 차단됨을 느끼는 것이다. 2)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이태원에서 업소가 혐오의 타깃이 될 때 퀴어들은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도 언론의 혐오적인 발언을 마주하고 서로를 걱정하면서 우리가 이토록 취약함을 직접적으로 체감했다. 한편 한 지역에서 정주하는 퀴어들은 파트너와의 돌봄이 가시화되면서 혐오의 타깃이 되기도 하는 등 취약함을 발견하게 된다. 3) 세 번째 주목한 정동은 불가능성이다. 퀴어는 특정한 상황에서 규범화되지 않은 낯선 감정을 경험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질적인 조건에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돌봄으로 이야기되고 있었다. 4) 파트너를 돌보는 긴 시간동안 자신은 멈춰 있는데 반해 주변이 너무나 빨리 변화함을 느끼며 돌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뒤쳐짐의 정동을 포착했다. 5) 인터뷰 참여자들은 돌봄의 과정을 ‘어쩔 수 없다’, ‘후회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선택지가 없으면 역설적이게도 후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애써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면서 현재에 머물기의 전략을 통해서 그 삶을 수용하는 것을 급진적으로 수용하기라 표현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 가운데, 관계에 대한 인정, 함께 모여 살고자 하는 주거권에 관한 필요성, 돌보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중요한 과제로 제안했다. 관계에 대한 인정에는 동성 결혼 법제화, 동거 관계의 권리에 대한 인정, 1인 가구로서의 권리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는데, 이런 권리의 인정에 대한 기대와 욕망뿐만 아니라 이 이면의 사회적인 불평등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주거권, 특히 나이들면 모여 살고 싶다는 욕망은 빈곤과 연결되고 있었다. 예컨대 돈이 많은 게이들은 어느 지역에서 함께 살지를 이야기 하고, 돈없는 게이들은 어느 어느 임대 주택을 함께 모여 살지는 계획한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참여자 대부분이 돌보는 사람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퀴어남성 돌봄 연구에 대한 소감과 제안
시간관계상 쉬는 시간을 갖지 않고 바로 토론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남웅 활동가(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는 퀴어 남성이 만남과 관계를 맺어온 게이 업소, 인권 단체, SNS 등의 인프라가 구성돼 오고, 교차를 하면서 서로 경계를 흐리고 동시에 한계를 갱신해 온 역사를 추적하는 작업, 그 속에서 퀴어 남성의 돌봄에 대한 구체적인 서사를 발굴하고 연결하는 작업으로서 이 연구가 갖는 미덕이 있다는 소감을 말했다. 동성혼, 파트너십이나 친구 관계 역시 규범적 친밀함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파트너가 없거나 가족과의 교류가 좋지 않더라도, 정말 근본이 없는 상황에서도 내가 온전히 늙을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지, 퀴어 파트너와 가족만이 이 돌봄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지, 규범적 친밀함에 기대지 않는, 단발적인 관계라도 얼마든지 지속할 수 있는 노년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
추주희 교수(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 연구교수)는 퀴어의 경우 ‘가족’에 비해, 친구나 커뮤니티 관계망이 강한데 대안적인 커뮤니티에서 어떤 형태의 돌봄이 실행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초가 되는 연구라고 소감을 말하며,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의 돌봄과 게이 커뮤니티(업소, 인권 단체)에서 나타나는 공적 돌봄의 성격이 구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커뮤니티 내에서의 돌봄의 특징적 요소가 더 세분화되어서 전달될 필요성, 돌봄의 경험과 역량이 만들어지는 다양한 과정과 계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보완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친구 돌봄 관계망, 특히 즉각적인 돌봄의 관계망에서는 근접성이 중요하며, 주거지 이동현황을 살펴보는 등, 접근성 요인를 고려해 친구 돌봄 관계망이 이야기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채윤 활동가(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센터에서 수행한 <성소수자 나이듦 조사> 가 양적 조사이다보니 숫자의 이면을 자세히 분석을 할 수 없었는데, 이 연구를 보면서 해석되는 부분들이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사에서도 1인 가구 지원과 관련한 법제도에 대한 요구가 시스젠더 남성이 현저히 높았고, 남성들은 나이가 들었을 때 돌봐줄 가족, 친척, 지인 등이 남지 않을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여성에 비해 높기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성소수자 나이듦 조사>와 연결해서 참고할 부분을 제안하였다. 결혼하지 않은 게이 첫 세대의 등장과 효도하는 게이를 만드는 죄책감의 작동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퀴어 세계에서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관계가 특히 중요하게 작동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연구를 통해 퀴어한 돌봄이 더 잘 드러나기를 기대했다.
플로어에서도 질문이 이이졌다. 처음 게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SNS로 연결되는 그 사이에 빈 고리들이 있어 보인다는 의견, 돌봄이 커뮤니티 없이 작동할 수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 인터뷰가 연구자들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재생산됐으면 좋겠다는 기대. 퀴어 남성으로서 살아가면서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개인적 차원에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막연한 두려움을 어떻게 돌볼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없어서 아쉽다는 의견, 참여자의 인터뷰에서 정책적 제안, 제도 개선 방안을 보다 적극적인 발굴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기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 제약으로 소감과 질의, 제안에 대해 충분한 응답이 오갈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당사자와 연구자, 활동가들이 모여 게이커뮤니티와 돌봄의 구체적인 서사를 나누며 비가시화된 퀴어남성의 돌봄을 드러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대현 연구자는 인터뷰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내가 뭘 돌본다고 그래', ‘내가 하는 게 무슨 돌봄이야’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이렇게 돌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필요한 대안들이 모색되면 탄탄한 담론을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인터뷰에 담긴 퀴어한 돌봄 수행을 더 깊이있게 해석하고,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연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연구 결과는 2024년 상반기에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에서 책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이 원활하도록 대형 스크린이 구비되어 있고, 연구진과 토론자, 참여자등 약 5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서울시공익활동공간 삼각지 다목적홀)을 제공해 준 <함께하는 포럼 지원> 사업팀에 감사드린다.
작성: 통깨 연구위원
후기ㅣ 함께하는 포럼 <다양한 몸/관계의 돌봄 드러내기 : 퀴어남성을 중심으로>
11월 27일 저녁 7시, 서울시공익활동공간 삼각지 다목적홀 모이다에서 ‘2023 함께하는 포럼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다양한 몸/관계의 돌봄 드러내기 : 퀴어남성을 중심으로> 포럼이 진행되었다. 연구 주제와 사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월요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청중이 2시간 10분 동안 열띤 논의에 함께 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2023년 7월부터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퀴어남성의 돌봄 실천과 이를 통해 생성된 퀴어한 유대를 연구하고 있다. 부모와 파트너, 친구가 질병 등으로 단기, 장기적 돌봄이 필요할 때 이를 수행하는 퀴어남성 10인의 경험을 인터뷰하고 분석했는데, 이번 포럼은 연구의 중간 결과를 공유하고 퀴어, 돌봄, 남성성, 가족, 파트너십, 질병, 나이듦 등에 대한 소감과 연구 마무리를 위한 제안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 행사는 가족구성권연구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언니네트워크,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이 공동 주최했다.
돌봄에 대한 걱정과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퀴어 남성 당사자들, 퀴어활동가와 연구자들의 다양한 관심과 열기를 아래 짧은 글로 다 전할 수는 없겠지만, 후기를 통해 이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더 많은 이들과도 현장 분위기와 연구내용을 나누고자 한다.
게이 남성의 소수자성과 커뮤니티의 돌봄 경험
사회자 나기 연구위원(가족구성권연구소)은 전통적 돌봄패턴에 생긴 변화의 하나로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노년 성소수자 인구 증가를 지적하며, 이들이 새롭게 형성하는 유대로서의 돌봄, 친족 만들기로서의 돌봄,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돌봄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게이 남성은 문란하고 성적인 존재로 여전히 이야기 될 뿐 어떤 돌봄을 실천하고 어떤 유대와 만나는지에 대한 논의는 공백인 상황에서 이 연구는 게이 남성의 돌봄 실천을 중심으로 퀴어한 돌봄의 의미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원가족, 파트너와 친구, 커뮤니티 돌봄을 하는 게이남성의 존재가 한국 사회에서 언제,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 첫 발제를 맡은 김대현 연구자는 20분간 무려 73장의 슬라이드를 넘기며 돌봄을 수행하는 퀴어 남성의 존재와 커뮤니티의 역동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짚어주었다. 요약하자면 이 연구에서 주목한 퀴어 남성의 돌봄 실천은 “이성애 결혼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결혼하지 않는 게이’의 등장이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성애 결혼에 대한 압박을 거부하고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자본을 포기한 이 “결혼하지 않은 첫 세대” 게이의 출현은 1990년대초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 게이업소를 포함한 게이커뮤니티의 부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게이 인권단체/업소/커뮤니티, 그리고 비(이성애)혼 게이의 등장과 돌봄 실천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형성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랩처럼 빠르게) 전개되었다. 상대방 여성을 속이고 결혼해서 그들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그저 한 개인의 결단으로만 추동된 것은 아니었다. 성소수자 운동을 통해 퀴어인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이성애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억압이 문제라는 것을 주장했고, 혐오에 맞서 성소수자를 새롭게 정의하는 역량이 생길 수 있었다. 성소수자들이 제도적 이성애와 자신들을 분리하고 ‘결혼하지 않는’ 삶을 실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나 자신처럼 이성애 결혼을 하지않고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주변 친구들의 존재와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또한 거기에는 이성애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결심과 더불어 (비록 강제적이지만)비혼의 측면도 있다. 인터뷰이에 따라 나이 들수록 게이로서의 성 정체성에 대한 규정을 상회하는 비혼으로서의 공감대를 더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종로와 이태원에 들어선 게이 업소들의 존재는 퀴어 남성으로 살기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또 다른 사회적 조건이었다. 이 게이업소들 역시 게이커뮤니티의 일부로 역할하며, 퀴어 남성들의 ‘친정’이 되기도 하고, 그들 나름의 여성성을 수행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업소에 고맙다고 꽃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이 곳을 단순하게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게이커뮤니티도 시간이 흐르며 변화를 겪는데, 특히 게이 인권 단체와 게이 업소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예컨대 인권 단체에서 상담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퀴어 남성들을 위해 술집을 열어서 쉽게 상담의 역할을 하고, 게이바를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으로 크게 차려 각종 퀴어 행사에 대관을 해주는 등의 활동이다. 경제적 이익이 없더라도 커뮤니티에 일조했다는 보람이면 충분한 사람들의 돌봄 실천은, 인권단체와 업소의 경계를 허물며 바람직한 난잡함을 만들어 나간다. 2010년대부터 SNS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었다. 퀴어 남성들은 소위 게이스북을 통해 인권단체를 경유하지 않고도 행사에 참여하고, 온라인 활동과 취미모임 등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기존의 게이바가 해주지 못했던 커뮤니티 돌봄 서비스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커뮤니티가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HIV 감염에 대해서 게이 커뮤니티가 훨씬 더 깊은 낙인을 갖고 있다거나, 커뮤니티 내 계급적인 차이 등이 그와 같다. 코로나 이후 그러한 계급적 차이가 더욱 가시화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돌봄 실천의 갈래와 실제
두 번째 발표는 실제로 다양한 돌봄을 하고 있는 게이 남성들의 돌봄 실천을 다루었는데, 듣는 내내 무엇이 돌봄이고, 어디까지가 돌봄인지에 대해 줄곧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영정 연구위원은 퀴어남성의 돌봄을 원가족 돌봄, 파트너 돌봄, 친구 돌봄 관계망 이 세가지로 유형화하고 인터뷰 참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돌봄 실천의 갈래와 양상이 어떠한지를 소개했다.
먼저 원가족 돌봄은 부모와 동거하고 간병을 도맡아 하며 자신의 삶을 쏟아 부었다는 정도로 의미화하는 사례, 주 돌봄을 제공하는 형제자매를 도와 보조적 돌봄에 참여하는 사례, 간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동거와 일상적 자녀 역할 수행을 돌봄으로 인식하는 사례 등으로 구분했다. 이 부분에서 게이 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날 종로 속담을 들어봤냐는 발제자 질문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결혼을 ‘해드리지 못한’ 아들로서 원죄가 있고, 평생 기회가 될 때마다 부모에게 뭔가를 하도록 만든다는 것인데, 결국 효도를 하는 추동력이 죄의식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죄의식은 어머니와 라이프 파트너가 되기로 선택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무엇이 돌봄인지, 어디까지를 돌봄으로 의미화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팀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흔히 식사를 보조하거나 직접적인 간병 노동만을 돌봄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 돌봄자를 보조하고 있는 한 인터뷰 참여자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정 처리, 쇼핑과 같은 일이 돌봄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연구팀의 의견은 달랐다. 돌봄을 전담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행정서류 작업을 하고,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최저가를 찾아 쇼핑하는 사람의 노동과 시간 역시 돌봄의 과정이라고 연구팀은 의미화했다.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역할, 이것 역시 중요한 돌봄이라고 보았다.
부모에게 하루에 두 번씩 전화를 하는 참여자의 시간과 노동도 마음을 헤아리는 돌봄, 궁금함을 해소해 주는 돌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 돌봄은 관계를 맺는 방식, 동거여부와 기간, 장애나 질병 여부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양상들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신을 던져가며 수년간 배운 돌봄의 기술을 총동원해서 투병 중인 파트너를 돌보는 강도 높은 간병, 가사노동, 돌봄이 있는가 하면, 무료한 시간을 견디는 것 자체가 돌봄이고, 돌봄을 받는 사람의 일상과 삶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계속 신경 쓰는 것이 돌봄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경험이 동거하는 사람들에게 돌봄을 주고받는 특별한 시기가 되기도 했다. 친구 돌봄 관계망은 일상적인 돌봄 수행과 감정적 살핌 부터 생계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와 관련된 책임성까지 나누는 관계까지 다양했고, 직장에 퀴어 커뮤니티와 돌봄 관계망들을 만들어 서로의 고립과 빈곤을 살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퀴어돌봄의 정동
마지막으로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가 퀴어돌봄의 정동에 대해 발제했다. 결혼하지 않은 첫 세대 게이의 출현과 그들의 돌봄 실천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퀴어를 바라보는 태도와 낙인 속에서 돌봄이 어떻게 수행되고 어떤 감정이 가시화되는지를 통해서 이 사회에서 퀴어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삶을 살도록 강제하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퀴어 돌봄의 정동을 다섯 가지, 즉 말할 수 없는 고통, 취약함, 불가능성, 뒤쳐짐, 급진적인 수용하기로 포착하고 있다. 분석 내용을 요약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1) PL 당사자는 사람들이 왜 일을 하지 않는지 수근거릴 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 이처럼 말할 수 없는 고통이란 커밍아웃을 할 수 없음, 돌봄을 수행하고 있지만 나의 존재를 드러내기 힘든 조건들, 하소연할데가 없으므로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곁이 차단됨을 느끼는 것이다. 2)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이태원에서 업소가 혐오의 타깃이 될 때 퀴어들은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도 언론의 혐오적인 발언을 마주하고 서로를 걱정하면서 우리가 이토록 취약함을 직접적으로 체감했다. 한편 한 지역에서 정주하는 퀴어들은 파트너와의 돌봄이 가시화되면서 혐오의 타깃이 되기도 하는 등 취약함을 발견하게 된다. 3) 세 번째 주목한 정동은 불가능성이다. 퀴어는 특정한 상황에서 규범화되지 않은 낯선 감정을 경험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질적인 조건에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돌봄으로 이야기되고 있었다. 4) 파트너를 돌보는 긴 시간동안 자신은 멈춰 있는데 반해 주변이 너무나 빨리 변화함을 느끼며 돌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뒤쳐짐의 정동을 포착했다. 5) 인터뷰 참여자들은 돌봄의 과정을 ‘어쩔 수 없다’, ‘후회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선택지가 없으면 역설적이게도 후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애써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면서 현재에 머물기의 전략을 통해서 그 삶을 수용하는 것을 급진적으로 수용하기라 표현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 가운데, 관계에 대한 인정, 함께 모여 살고자 하는 주거권에 관한 필요성, 돌보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중요한 과제로 제안했다. 관계에 대한 인정에는 동성 결혼 법제화, 동거 관계의 권리에 대한 인정, 1인 가구로서의 권리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는데, 이런 권리의 인정에 대한 기대와 욕망뿐만 아니라 이 이면의 사회적인 불평등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주거권, 특히 나이들면 모여 살고 싶다는 욕망은 빈곤과 연결되고 있었다. 예컨대 돈이 많은 게이들은 어느 지역에서 함께 살지를 이야기 하고, 돈없는 게이들은 어느 어느 임대 주택을 함께 모여 살지는 계획한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참여자 대부분이 돌보는 사람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퀴어남성 돌봄 연구에 대한 소감과 제안
시간관계상 쉬는 시간을 갖지 않고 바로 토론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남웅 활동가(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는 퀴어 남성이 만남과 관계를 맺어온 게이 업소, 인권 단체, SNS 등의 인프라가 구성돼 오고, 교차를 하면서 서로 경계를 흐리고 동시에 한계를 갱신해 온 역사를 추적하는 작업, 그 속에서 퀴어 남성의 돌봄에 대한 구체적인 서사를 발굴하고 연결하는 작업으로서 이 연구가 갖는 미덕이 있다는 소감을 말했다. 동성혼, 파트너십이나 친구 관계 역시 규범적 친밀함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파트너가 없거나 가족과의 교류가 좋지 않더라도, 정말 근본이 없는 상황에서도 내가 온전히 늙을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지, 퀴어 파트너와 가족만이 이 돌봄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지, 규범적 친밀함에 기대지 않는, 단발적인 관계라도 얼마든지 지속할 수 있는 노년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
추주희 교수(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 연구교수)는 퀴어의 경우 ‘가족’에 비해, 친구나 커뮤니티 관계망이 강한데 대안적인 커뮤니티에서 어떤 형태의 돌봄이 실행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초가 되는 연구라고 소감을 말하며,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의 돌봄과 게이 커뮤니티(업소, 인권 단체)에서 나타나는 공적 돌봄의 성격이 구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커뮤니티 내에서의 돌봄의 특징적 요소가 더 세분화되어서 전달될 필요성, 돌봄의 경험과 역량이 만들어지는 다양한 과정과 계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보완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친구 돌봄 관계망, 특히 즉각적인 돌봄의 관계망에서는 근접성이 중요하며, 주거지 이동현황을 살펴보는 등, 접근성 요인를 고려해 친구 돌봄 관계망이 이야기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채윤 활동가(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센터에서 수행한 <성소수자 나이듦 조사> 가 양적 조사이다보니 숫자의 이면을 자세히 분석을 할 수 없었는데, 이 연구를 보면서 해석되는 부분들이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사에서도 1인 가구 지원과 관련한 법제도에 대한 요구가 시스젠더 남성이 현저히 높았고, 남성들은 나이가 들었을 때 돌봐줄 가족, 친척, 지인 등이 남지 않을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여성에 비해 높기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성소수자 나이듦 조사>와 연결해서 참고할 부분을 제안하였다. 결혼하지 않은 게이 첫 세대의 등장과 효도하는 게이를 만드는 죄책감의 작동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퀴어 세계에서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관계가 특히 중요하게 작동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연구를 통해 퀴어한 돌봄이 더 잘 드러나기를 기대했다.
플로어에서도 질문이 이이졌다. 처음 게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SNS로 연결되는 그 사이에 빈 고리들이 있어 보인다는 의견, 돌봄이 커뮤니티 없이 작동할 수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 인터뷰가 연구자들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재생산됐으면 좋겠다는 기대. 퀴어 남성으로서 살아가면서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개인적 차원에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막연한 두려움을 어떻게 돌볼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없어서 아쉽다는 의견, 참여자의 인터뷰에서 정책적 제안, 제도 개선 방안을 보다 적극적인 발굴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기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 제약으로 소감과 질의, 제안에 대해 충분한 응답이 오갈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당사자와 연구자, 활동가들이 모여 게이커뮤니티와 돌봄의 구체적인 서사를 나누며 비가시화된 퀴어남성의 돌봄을 드러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대현 연구자는 인터뷰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내가 뭘 돌본다고 그래', ‘내가 하는 게 무슨 돌봄이야’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이렇게 돌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필요한 대안들이 모색되면 탄탄한 담론을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인터뷰에 담긴 퀴어한 돌봄 수행을 더 깊이있게 해석하고,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연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연구 결과는 2024년 상반기에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에서 책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이 원활하도록 대형 스크린이 구비되어 있고, 연구진과 토론자, 참여자등 약 5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서울시공익활동공간 삼각지 다목적홀)을 제공해 준 <함께하는 포럼 지원> 사업팀에 감사드린다.
작성: 통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