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7
[행사후기]
지난 24일에 열린 가족구성권연구소와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가 마련한 공동북토크가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장소를 가득메워주신 참여자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가 작년 11월에 발간된 이후 처음 열리는 행사였는데요, 마침 <성소수자 주거지원 매뉴얼>이 발간된 것을 보고 함께 하면 좋겠다 싶어서 제안을 드렸습니다. 성소수자들이 함께 지은 협동조합 주택의 의미에 대해서 충분히 알리면서도, 성소수자가 전반적으로 어떤 주거차별을 경험하고 있는지, 협동조합 주택 외에 어떤 대안이 있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또한 탈가정을 경험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보장체계가 특별히 취약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주거권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싶었습니다.
공동북토크에서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활동가의 사회로,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에 대해서 공편저자인 나영정 연구위원이, <성소수자 주거지원 매뉴얼>에 대해서는 김민수님이 발표를 해주었고, <무지개집>의 변화와 현재에 대해서는 오김 무지개집 대표가, 청소년 성소수자 주거권에 대해서는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아델 활동가가 발표를 해주었습니다. 오월의봄에서도 참여자를 위해서 증정본 책을 제공해주셔서 훈훈하게 나누었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이번 자리를 통해서 무지개집 출간작업을 통해서 배웠던 돌봄과 관계, 노동의 문제, 지역과 사회에 소속감을 가진다는 것, 주거권과 가족구성권의 관계에 대해서 새삼 환기하고 참가자들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구성권이 내가 원하는 가족을 선택하고 국가나 사회에 인정을 요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인정된 가족을 중심으로 주거권을 비롯한 사회적 권리가 배분되는 방식을 비판하고, 누구든 주어진 가족이나 선택한 가족으로부터 떠나게 되었을때 위기나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장치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김님은 무지개집이 가능했던 자원들(자산이 있었던 초기 멤버들, 마포구 성미산이라는 지역적인 자원들), 구성원들이 모두 일정 부분 사회 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특성 등을 언급하면서 무지개집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 짚어주었습니다. 오김님은 참여자들을 위해서 열어둔 오픈카톡방에서 많은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협동조합 주택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갈등이 생겼을때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경험, 고민, 질문을 남겨주신 분이 많았습니다. 오김님은 협동조합주택은 시세보다는 조금 저렴한 주택을 마련할 수 있지만 공공주택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되, 소유를 개인이 아니라 조합에서 하는 것이기때문에 사회적인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짚어주었습니다. 빌라왕 사건같은 세입자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회사와 대척점이 있는 것이라는 예시를 통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함께 산다는 것은 갈등이 당연하다는 전제 하에서 어떠한 원칙과 태도로 조율해나갈 것인지를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조율하는 과정과 노력이라는 것, 갈등을 중간에서 조율하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으니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좀더 무게중심을 두는 방법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 등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또한 2022년 퀴어동네위크를 진행하면서 동네 가게들과 실제로 무지개깃발을 거는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면서 퀴어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치열한 과정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었습니다. 이 과정은 무지개집 구성원 뿐만 아니라 여러 주민들과 함께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확장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계보가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김민수님의 발제를 통해서 퀴어들의 주거불안의 원인과 과제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원가족과의 갈등을 통해서 준비없이 시작하는 독립, 차별과 혐오로 인해서 편안하거나 안전하지 못한 집과 동네, 임대차 계약에서의 차별, 주거 위기 속에서 받기 어려운 지원, 주거정책에서의 배제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 특히나 트랜스젠더의 경우 모든 면에서 차별의 강도가 심하고 주거상황이 열악한 구조가 지적되었습니다.
아델님의 발제를 통해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주거상황에 주목할 수 있었는데요, 먼저 청소년성소수자에게 가정폭력의 문제가 주거위기를 불러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짚어주셨고 안전한 공간의 필요성, 쉼터가 성소수자 친화적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에서 나왔던 여러 경험들과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바라는 집의 모습이나, 현재 서로를 도우면서 느끼는 경험과 감정들을 연결해주셔서 매우 뜻깊었습니다!
한편 무지개집에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이 아직 입주한 적이 없다는 점을 떠올리며, 그 이유에 대해서 오김님이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요, 참가자중에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분이 오픈카톡방에 시스젠더 성소수자들이 트랜스젠더 퀴어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갈등을 겪은 일도 많아서 공동주택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성소수자 주거 실태조사에서 명백하게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가장 차별에 노출되고 있는 트랜스젠더 주거권을 위한 논의의 자리가 더 많이 마련될 필요가 있겠다는 과제도 남기는 자리였습니다. 협동조합주택뿐만 아니라 주거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속 운동해나가는 것이 청소년 성소수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식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듯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