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론 제48호(우리신학연구소, 2025년 6월)에 실린 김소형 위원의 기고를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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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누구를 위한 저출생 정책인가?
김소형 | 가족구성권연구소 기획운영위원(현 연구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막다른 정책
2024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① 일·가정 양립, ② 양육, ③ 주거를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으로 규명했다. 육아 휴직·휴가를 '유연하게' 사용하거나, 여전히 주 양육자가 여성이고 남성이 동참하는 기간을 늘리는 방식 등에서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저고위의 문제 진단과 접근 관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몇 가지 신설된 정책 제안들이 실로 기묘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작년에 이어 2025년 올해에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란 묘한 방식으로 저출생 정책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일(노동)의 재생산이 이뤄지는 가정의 존립(일·가정 양립)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메꾸겠다는 것, 그리고 가사돌봄(양육)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외국인 유학생 및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를 위업이란 미명하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근로자의 배우자라 함은 외국인 여성을 가리킬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저고위는 국가의 노동·교육·복지(주거)·가족·여성 등의 정책 실패로 야기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의 각종 격차가 더욱 커지고, 심각해졌음을 의도적으로 등한시한다. 따라서 그로 인해 초래된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의지는 거의 없고, 불평등의 지표인 저출생, 즉 합계출산율을 정상가족 형성을 통해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0.98을 기록하며, 2023년 0.72까지 떨어지다가 2024년 0.75로 약간 상승했는데, 이것으로 장밋빛을 그리는 건 다소 과도해 보인다. 참고로 2024년 저출산 관련 예산안은 15조 4,000억 원으로 ① 주거 지원에 9조 원, ② 양육비용 부담 경감에 2조 9,000억 원, ③ 일·육아 병행 지원에 2조 2,000억 원, ④ 돌봄과 교육 부문에 1조 3,000억 원, ⑤ 임신·출산 지원에 504억 원이 사용되었다.1 이 중에서 임신·출산 지원 정책에 새롭게 추가된 사업이 있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임신을 준비 중인 부부에게 필수 가임력 검진 비용 지원, 냉동난자 사용 보조 생식술 비용 지원, 난임 우울증 상담 센터 확충, 난임치료 휴가 확대 및 난임치료 휴가 급여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난임치료 사업은 저출산 정책이 총체적인 인간의 삶보다 양적인 인구 증가를 목표로 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저고위는 앞뒤 가리지 않고 합계출산율을 올리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이에 긴밀한 파트너는 다름 아닌 법무부·고용노동부 등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인 서울시다. 따라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돌봄을 둘러싼 돌봄 노동과 돌봄이 이뤄지는 장소로서 가족에 대해 정부가 시민사회와 아젠다agenda를 구성해 장기적 전망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임시방편격으로 외부 노동력을 끌어들여 무엇이든 해보려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저고위가 20년 동안 고수해 온 잘못된 문제 설정으로 인해 적합한 해결책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합계출산율 증가를 위해 어떠한 방법과 정책을 써도 되지 않냐는 식의 적반하장 태세로 이 사업이 실행되었다면, 어쩌면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일 수 있다.
중산층 정상가족을 지켜내는 보존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울시의 사업 설명에 따르면, 서울 시민으로 만 12세 이하의 자녀를 두었거나 출산 예정인 가족이 본 서비스의 대상자다. 다시 말해, 국가가 유일하게 인정하고 승인해주는 '이성애 결혼'을 통해 이뤄진 가족 형태와 '그 가족'의 유자녀 모델이 바로 저고위와 서울시가 추구하는 가족의 형태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그 가족'을 위한 서비스이자 '그 가족'을 견고히 지키기 위한 저출생 정책과 일·가정 양립 제도로 기능한다. 우리는 이러한 국가기관이 정책과 제도가 사회 구성원에게 사상과 행동, 생활양식에 영향을 주어 이념적 의식을 형성하는 것을 '이데올로기적인 국가장치'라고 부른다.2 이에 따라 국가의 승인을 거쳐 획득된 '정상성'으로서 '그 가족'을 정상가족'이라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어떻게 '정상가족'을 지켜내기 위한 보존물로서 작동하는 걸까? 이를 위해 먼저 저고위가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이라 꼽은 요인 중에서 '일·가정 양립'에 대해 간략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일·가정 양립은 서구 복지 담론에서 논의된 일-생활 균형Work-Life Balance에서 변용된 정책인데, 이는 쉽게 말해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만족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일(노동)과 여가생활을 배분하는 삶의 양식을 지칭한다. 언뜻 이상적이고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만큼 개인이 노동으로부터 종속되지 않거나 스스로 노동 착취를 조절할 수 있는 중산층 정상가족 모델에 적합한 제도다. 그런데 한국은 여가·복지 영역에서 다뤄진 일-생활 균형 제도의 맥락과 상이하게 저출산 상황과 연동된 인구 위기 담론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구 정책으로서 주목했다.3 그 결과 일·가정 양립은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는데, 육아휴직제도와 유연근무제가 이에 해당하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또한 이 자장 안에서 생겨났다. 그런데 저출산 정책인 일·가정 양립의 이와 같은 제도를 사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육아휴직제도나 유연근무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 또한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소득 분위가 일정 정도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장시간 사용이 어렵다. 그러므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신청 자격은 일을 하는 기혼여성, 2명 이상의 다자녀, 시간 이용을 길게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소득을 갖춘 중산층 정상가족을 위한 서비스이자 '그 가족', 즉 정상가족을 견고히 하기 위한 보존물이 된다.
국적에 따른 노동 차별과 인권 침해가 중첩된 모순적 사업
한편 이 사업을 가사관리사 노동자를 직업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위탁 업체를 통해 운영한다는 점, 게다가 국적에 따른 노동 차별로서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한다는 점은 서울시를 포함한 정부가 돌봄 국가를 운운했던 것과 달리 그 반대의 행보라 할 수 있다. 돌봄의 공공성을 초국적 시장화된 방식으로 전유하고, 오히려 돌봄의 장소와 행위자를 굳건히 가족 내에 붙잡아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퇴행적이기까지 하다. 돌봄 노동에 대한 국가의 권리 침해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임금 체불과 최저임금 선을 교묘히 우회하는 방식,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는 노동 처우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컨대 서구의 근대화가 비서구권의 식민지화로 귀결됐음을 떠올려본다면, 이는 현재 한국 정부가 어느 국가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착취하고 있으며 차별과 편견으로서 혐오적 정동을 동반하는 인종(민족)주의를 불러내는지 더 지체되기 전에 한국사회가 직시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 여성 노동자에 대한 '통금' 시간이라는 인권 침해와 1평 남짓한 숙소 제공 등의 반인격적인 대우는 국가의 인권 침해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요컨대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돌봄은 어디에 있는가? 국가는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로서 이들의 가족결합권을 보장해주는가?
또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얼핏 일· 균형 정책으로서 가사노동 업무를 지원해주는 서비스 같지만,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음을 상기해본다면, 이들의 노동이 여기서 그치지 않음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정부는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 업무가 어쩔 수 없이 불분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핑계 삼아 해명을 뒤로 미룬 채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이중고의 업무를 부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설계된 사업의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아동에 대한 옷 입히기·음식 먹이기 같은 육아 돌봄 노동과 아동 의류 세탁·아동 식기 설거지 같은 육아와 관련된 가사노동 그리고, 동거 가족에 관한 가사 노동으로서 아동과 동거 가족의 빨래, 설거지, 식사 준비 등이 혼재돼 있다.4 이 혼재는 결국 민족주의의 기제로서 '외국인', 가족 내 성역할로서 '여성', 일하는 노동 주체로서 '노동자'에 대한, 국가와 자본주의 체제가 공조하며 은폐하려 한 중첩된 모순이 낳은 결과물인 것이다. 각각의 지점들을 해결하지 않고, 국가 정책이 초래한 결과의 현상을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며 모순을 더 밀어붙이는 방식은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까? 이제는 이데올로기만 남아 있는 정상가족일 뿐인데, 이것이 개인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는 최선의 안전망이라 부를 수 있을까? 혹은 타자화된 방식으로 외국인 여성 노동자를 대하는 국가의 저출생 정책이 과연 돌봄 국가로 가는 길인가? 산적한 질문에 대해 다룰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은 국가가 바라보는 '돌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저출생 정책과 이 사업의 근본적 문제를 규명하는 것으로 마지막을 향해야 할 것 같다.
말뿐인 돌봄 국가의 저출생 정책
트론토Tronto는 '함께 돌봄caring with' 개념을 제안하며, 여성의 일로 대표되는 돌봄의 책임과 중요하지 않은 일로 정의되는 기존의 가치를 깨고, 생존을 위해 누구나 책임 및 권리를 갖는 것으로 돌봄의 평등한 실천과 사회를 이야기한 바 있다.5 즉 돌봄의 민주화는 사회적 재난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했을 때, 돌봄의 '가족화', 돌봄의 '여성화'로 다시 회귀하지 않도록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돌봄이 외주화되지 않도록 돌봄의 지역화를 제시하고 있어6 돌봄 국가를 논의할 때 주요한 준거점이 된다. 그러나 최근 초등 방화구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 사업 확대 이후, 현장에서 전담사들에게 과도한 업무가 발생하며 아동 관리책임 전가로 인해 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7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드러났던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아동 인권을 중심으로 한 돌봄 정의를 쇄신하야 함을 요구했지만, 돌봄 국가를 주창한 정부의 태도는 더욱 미온적으로 변해간다. 어찌 보면, 말뿐인 돌봄 국가가 내놓은 저출생 정책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곧 국가 정책에 대한 질문을 멈추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더 많은 질문이 시작돼야 한다. 그래서 돌봄 국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누구를 위한 저출산 정책인가?
1 「3.28 발표, 저출산 5대 핵심과제 ’24년 예산안 편성 현황」,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3.9.4 (https://www.betterfuture.go.kr/front/notificationSpace/pressReleaseDetail.do?articleId=217).
2 루이 알튀세르,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아미엥에서의 주장』(솔출판사, 1991).
3 박정열·전은선·손영미·신규리,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국내 정책의 현황 및 시사점」, 《여가학연구》 제14권 4호(여가문화학회, 2016), 1~22쪽.
4 「[공지사항]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용가정 상시모집」, 서울특별시 탄생응원 서울프로젝트, 2024.9.12(https://umppa.seoul.go.kr/hmpg/info/noti/bordContDetail.do?mode=W&bbs_
no=1&pst_no=21E4A9D355518F66E063A6022162BB2E).
5 조안 C. 트론토, 김희강·나상원 옮김, 『돌봄민주주의』(박영사, 2021).
6 안숙영, 「코로나19 팬데믹과 젠더정치학: 돌봄의 민주화와 지역화를 향하여」, 《지역과 정치》 제6권 1호(국립부경대학교 지방분권발전연구소, 2023), 75~107쪽.
7 정민엽, 「늘봄학교 전담사 업무과중·갑질 피해 처우 개선 시급」, 《강원도민일보》 2025.4.28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30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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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누구를 위한 저출생 정책인가?
김소형 | 가족구성권연구소 기획운영위원(현 연구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막다른 정책
2024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① 일·가정 양립, ② 양육, ③ 주거를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으로 규명했다. 육아 휴직·휴가를 '유연하게' 사용하거나, 여전히 주 양육자가 여성이고 남성이 동참하는 기간을 늘리는 방식 등에서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저고위의 문제 진단과 접근 관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몇 가지 신설된 정책 제안들이 실로 기묘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작년에 이어 2025년 올해에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란 묘한 방식으로 저출생 정책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일(노동)의 재생산이 이뤄지는 가정의 존립(일·가정 양립)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메꾸겠다는 것, 그리고 가사돌봄(양육)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외국인 유학생 및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를 위업이란 미명하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근로자의 배우자라 함은 외국인 여성을 가리킬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저고위는 국가의 노동·교육·복지(주거)·가족·여성 등의 정책 실패로 야기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의 각종 격차가 더욱 커지고, 심각해졌음을 의도적으로 등한시한다. 따라서 그로 인해 초래된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의지는 거의 없고, 불평등의 지표인 저출생, 즉 합계출산율을 정상가족 형성을 통해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0.98을 기록하며, 2023년 0.72까지 떨어지다가 2024년 0.75로 약간 상승했는데, 이것으로 장밋빛을 그리는 건 다소 과도해 보인다. 참고로 2024년 저출산 관련 예산안은 15조 4,000억 원으로 ① 주거 지원에 9조 원, ② 양육비용 부담 경감에 2조 9,000억 원, ③ 일·육아 병행 지원에 2조 2,000억 원, ④ 돌봄과 교육 부문에 1조 3,000억 원, ⑤ 임신·출산 지원에 504억 원이 사용되었다.1 이 중에서 임신·출산 지원 정책에 새롭게 추가된 사업이 있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임신을 준비 중인 부부에게 필수 가임력 검진 비용 지원, 냉동난자 사용 보조 생식술 비용 지원, 난임 우울증 상담 센터 확충, 난임치료 휴가 확대 및 난임치료 휴가 급여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난임치료 사업은 저출산 정책이 총체적인 인간의 삶보다 양적인 인구 증가를 목표로 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저고위는 앞뒤 가리지 않고 합계출산율을 올리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이에 긴밀한 파트너는 다름 아닌 법무부·고용노동부 등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인 서울시다. 따라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돌봄을 둘러싼 돌봄 노동과 돌봄이 이뤄지는 장소로서 가족에 대해 정부가 시민사회와 아젠다agenda를 구성해 장기적 전망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임시방편격으로 외부 노동력을 끌어들여 무엇이든 해보려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저고위가 20년 동안 고수해 온 잘못된 문제 설정으로 인해 적합한 해결책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합계출산율 증가를 위해 어떠한 방법과 정책을 써도 되지 않냐는 식의 적반하장 태세로 이 사업이 실행되었다면, 어쩌면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일 수 있다.
중산층 정상가족을 지켜내는 보존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울시의 사업 설명에 따르면, 서울 시민으로 만 12세 이하의 자녀를 두었거나 출산 예정인 가족이 본 서비스의 대상자다. 다시 말해, 국가가 유일하게 인정하고 승인해주는 '이성애 결혼'을 통해 이뤄진 가족 형태와 '그 가족'의 유자녀 모델이 바로 저고위와 서울시가 추구하는 가족의 형태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그 가족'을 위한 서비스이자 '그 가족'을 견고히 지키기 위한 저출생 정책과 일·가정 양립 제도로 기능한다. 우리는 이러한 국가기관이 정책과 제도가 사회 구성원에게 사상과 행동, 생활양식에 영향을 주어 이념적 의식을 형성하는 것을 '이데올로기적인 국가장치'라고 부른다.2 이에 따라 국가의 승인을 거쳐 획득된 '정상성'으로서 '그 가족'을 정상가족'이라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어떻게 '정상가족'을 지켜내기 위한 보존물로서 작동하는 걸까? 이를 위해 먼저 저고위가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이라 꼽은 요인 중에서 '일·가정 양립'에 대해 간략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일·가정 양립은 서구 복지 담론에서 논의된 일-생활 균형Work-Life Balance에서 변용된 정책인데, 이는 쉽게 말해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만족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일(노동)과 여가생활을 배분하는 삶의 양식을 지칭한다. 언뜻 이상적이고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만큼 개인이 노동으로부터 종속되지 않거나 스스로 노동 착취를 조절할 수 있는 중산층 정상가족 모델에 적합한 제도다. 그런데 한국은 여가·복지 영역에서 다뤄진 일-생활 균형 제도의 맥락과 상이하게 저출산 상황과 연동된 인구 위기 담론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구 정책으로서 주목했다.3 그 결과 일·가정 양립은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는데, 육아휴직제도와 유연근무제가 이에 해당하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또한 이 자장 안에서 생겨났다. 그런데 저출산 정책인 일·가정 양립의 이와 같은 제도를 사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육아휴직제도나 유연근무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 또한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소득 분위가 일정 정도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장시간 사용이 어렵다. 그러므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신청 자격은 일을 하는 기혼여성, 2명 이상의 다자녀, 시간 이용을 길게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소득을 갖춘 중산층 정상가족을 위한 서비스이자 '그 가족', 즉 정상가족을 견고히 하기 위한 보존물이 된다.
국적에 따른 노동 차별과 인권 침해가 중첩된 모순적 사업
한편 이 사업을 가사관리사 노동자를 직업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위탁 업체를 통해 운영한다는 점, 게다가 국적에 따른 노동 차별로서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한다는 점은 서울시를 포함한 정부가 돌봄 국가를 운운했던 것과 달리 그 반대의 행보라 할 수 있다. 돌봄의 공공성을 초국적 시장화된 방식으로 전유하고, 오히려 돌봄의 장소와 행위자를 굳건히 가족 내에 붙잡아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퇴행적이기까지 하다. 돌봄 노동에 대한 국가의 권리 침해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임금 체불과 최저임금 선을 교묘히 우회하는 방식,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는 노동 처우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컨대 서구의 근대화가 비서구권의 식민지화로 귀결됐음을 떠올려본다면, 이는 현재 한국 정부가 어느 국가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착취하고 있으며 차별과 편견으로서 혐오적 정동을 동반하는 인종(민족)주의를 불러내는지 더 지체되기 전에 한국사회가 직시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 여성 노동자에 대한 '통금' 시간이라는 인권 침해와 1평 남짓한 숙소 제공 등의 반인격적인 대우는 국가의 인권 침해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요컨대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돌봄은 어디에 있는가? 국가는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로서 이들의 가족결합권을 보장해주는가?
또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얼핏 일· 균형 정책으로서 가사노동 업무를 지원해주는 서비스 같지만,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음을 상기해본다면, 이들의 노동이 여기서 그치지 않음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정부는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 업무가 어쩔 수 없이 불분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핑계 삼아 해명을 뒤로 미룬 채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이중고의 업무를 부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설계된 사업의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아동에 대한 옷 입히기·음식 먹이기 같은 육아 돌봄 노동과 아동 의류 세탁·아동 식기 설거지 같은 육아와 관련된 가사노동 그리고, 동거 가족에 관한 가사 노동으로서 아동과 동거 가족의 빨래, 설거지, 식사 준비 등이 혼재돼 있다.4 이 혼재는 결국 민족주의의 기제로서 '외국인', 가족 내 성역할로서 '여성', 일하는 노동 주체로서 '노동자'에 대한, 국가와 자본주의 체제가 공조하며 은폐하려 한 중첩된 모순이 낳은 결과물인 것이다. 각각의 지점들을 해결하지 않고, 국가 정책이 초래한 결과의 현상을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며 모순을 더 밀어붙이는 방식은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까? 이제는 이데올로기만 남아 있는 정상가족일 뿐인데, 이것이 개인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는 최선의 안전망이라 부를 수 있을까? 혹은 타자화된 방식으로 외국인 여성 노동자를 대하는 국가의 저출생 정책이 과연 돌봄 국가로 가는 길인가? 산적한 질문에 대해 다룰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은 국가가 바라보는 '돌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저출생 정책과 이 사업의 근본적 문제를 규명하는 것으로 마지막을 향해야 할 것 같다.
말뿐인 돌봄 국가의 저출생 정책
트론토Tronto는 '함께 돌봄caring with' 개념을 제안하며, 여성의 일로 대표되는 돌봄의 책임과 중요하지 않은 일로 정의되는 기존의 가치를 깨고, 생존을 위해 누구나 책임 및 권리를 갖는 것으로 돌봄의 평등한 실천과 사회를 이야기한 바 있다.5 즉 돌봄의 민주화는 사회적 재난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했을 때, 돌봄의 '가족화', 돌봄의 '여성화'로 다시 회귀하지 않도록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돌봄이 외주화되지 않도록 돌봄의 지역화를 제시하고 있어6 돌봄 국가를 논의할 때 주요한 준거점이 된다. 그러나 최근 초등 방화구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 사업 확대 이후, 현장에서 전담사들에게 과도한 업무가 발생하며 아동 관리책임 전가로 인해 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7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드러났던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아동 인권을 중심으로 한 돌봄 정의를 쇄신하야 함을 요구했지만, 돌봄 국가를 주창한 정부의 태도는 더욱 미온적으로 변해간다. 어찌 보면, 말뿐인 돌봄 국가가 내놓은 저출생 정책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곧 국가 정책에 대한 질문을 멈추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더 많은 질문이 시작돼야 한다. 그래서 돌봄 국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누구를 위한 저출산 정책인가?
1 「3.28 발표, 저출산 5대 핵심과제 ’24년 예산안 편성 현황」,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3.9.4 (https://www.betterfuture.go.kr/front/notificationSpace/pressReleaseDetail.do?articleId=217).
2 루이 알튀세르,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아미엥에서의 주장』(솔출판사, 1991).
3 박정열·전은선·손영미·신규리,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국내 정책의 현황 및 시사점」, 《여가학연구》 제14권 4호(여가문화학회, 2016), 1~22쪽.
4 「[공지사항]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용가정 상시모집」, 서울특별시 탄생응원 서울프로젝트, 2024.9.12(https://umppa.seoul.go.kr/hmpg/info/noti/bordContDetail.do?mode=W&bbs_
no=1&pst_no=21E4A9D355518F66E063A6022162BB2E).
5 조안 C. 트론토, 김희강·나상원 옮김, 『돌봄민주주의』(박영사, 2021).
6 안숙영, 「코로나19 팬데믹과 젠더정치학: 돌봄의 민주화와 지역화를 향하여」, 《지역과 정치》 제6권 1호(국립부경대학교 지방분권발전연구소, 2023), 75~107쪽.
7 정민엽, 「늘봄학교 전담사 업무과중·갑질 피해 처우 개선 시급」, 《강원도민일보》 2025.4.28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30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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