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론 제49호(우리신학연구소, 2025년 9월)에 실린 이종걸 위원의 비평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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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의 의미, 그 이후의 변화와 과제
이종걸 | 가족구성권연구소 정책팀장(현 기획운영위원)
성차별적이고 인권 침해적이었던 가족법
호주제가 폐지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헌법재판소가 2005년 2월 3일 민법 778조 등 호주제 관련 3개 조항에 대해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재판관 6대 3의 다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해 3월 2일 17대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민법의 친족 편에 규정된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를 구성하는 호주제도가 양성평등의 헌법 이념과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폐지한다는 취지였다. 호주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여성차별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가족제도다.1 이 호주제 폐지는 1950년대부터 시작해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된 한국사회의 대표적 여성운동인 '가족법2 개정운동'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한국 여성운동사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전방위적인 자원과 시간을 투여해서 이루어낸 결과다.3
호주제가 2005년 폐지된 이유는 이 제도가 구조적 성차별을 강화하는 불평등한 법이었기 때문이다. 1947년 일본이 호주제를 폐지한 이래, 호주제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서만 유지되어온 가족법 체제였다. 호주제는 가족 내 남성 호주에게 친권, 재산권, 상속권 등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고, '아버지 성'으로 대표되는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해 아들-딸(미혼)-처-어머니-며느리의 순서로 호주를 승계함으로써, 남녀 가족구성원 사이에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을 만든 법정 가족제도였다.4 그 불평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자면, 호주제가 존치되던 시절 호주의 손자는 어머니, 누나, 할머니에 앞서 친권과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호주의 지위를 승계받을 수 있었고,5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가 그 아이를 밴 어머니보다 더 높은 호주상속 순위를 인정받았다.6 호주제는 '호적'이라는 신분등록부를 통해 한 개인의 출생·혼인·사망·이혼 등의 신분 변동사항을 국가에 등록하도록 규율했다. 이를 기록함에 있어 호적의 주인인 '호주戶主'를 정하고 나머지 가족구성원의 신분 변동사항을 호주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기록하게 된다. 즉 호주를 뺀 나머지 가족들은 호주에게 입적되거나 제적되고 분가하는 등 호주와의 관계 속에서 종속적으로 기술되는 것이다. 딸이 결혼하면 친정아버지의 호적에서 제적되고 시아버지 또는 남편의 호적으로 입적되어 '호주의 며느리' 또는 '호주의 처'로서 신분이 등록되는 식이다.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표현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었다. 호주라는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가족들의 신분 변동사항을 기록한다는 이 단순한 기술방법에 성차별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가족법의 문제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7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기도 했던 호주제
그렇지만 이 성차별적이자 불평등한 제도를 바로잡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 여성운동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운동 진영이 50년 동안 끈질기게 가족법 개정운동을 하면서 마주했던 벽은 무엇이엇을까? 대한민국 정부 초기 신민법 심의 과정에서 호주제가 한국의 고유한 전통이라는 이유로 끝내 민법 조문을 통해 명문화되었다.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 바로 당시 대법원장이자 법전편찬위원위장 김병로였다. 그는 가족법은 '기본 논리'보다 국가·민족의 윤리와 역사적 전통에 따라 제정되어야 하고, 헌법에 명시된 양성평등은 정치·사회·문화의 '기회 균등'에 해당하는 것이지 '가정윤리'와 '사회도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8 이러한 '전통'과 '순풍미속順風美俗'의 논리는 2005년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 당시 소수의견으로도 이어졌는데, "호주승계제도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과 현실에 기초한 것으로 여성에 대한 실질적 차별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가족제도가 역사적·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의 우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가족법이 헌법 이념의 실현에 장애를 초래하고 현행 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고착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 그러한 가족법은 수정되어야 한다"라며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호주승계 순위, 혼인 시 신분관계 형성,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아무리 전통과 윤리가 연결된 제도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성차별을 고착화하는 불평등한 제도라면 헌법에 근거한 평등의 원칙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더 해야 할 것은 호주제라는 전통이 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위한 역사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제가 일본 민법상 호주제를 이식하기에 유리한 조선의 전통을 취사선택해 활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제사상속 관행이 그것이다. 실제로 호주제에 적용되는 호주상속의 우선순위는 과거 조선의 제사상속 우선순위(장남-장손-차남-차남 아들 순으로 여성이 포함되지 않음)와 비슷하다. 다만 조선의 제사상속은 지배 이념인 유교 윤리에 따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규범으로 작동했지만, 그야말로 자식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 규범으로 의미햇던 것이지, 법정 호주제에 명시된 친권과 재산권의 행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제는 이 제사상속 관행에 일본 민법의 가독상속家督相續, 즉 호주 승계인이 호주의 모든 재산을 독점 상속하는 법정 제도를 결합하는 형태로 식민지 호주제를 완성해갔다.9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식민지 조선의 남성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제사상속이 호주상속으로 바뀐 것이어서 일제의 가족법을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식민지 조선의 가족법상 호주제를 바탕으로 형성된 근대적 시민은 애초에 극심한 젠더 불평등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고, 이러한 호주제의 뿌리는 일본 메이지 민법에서 왔으며, 그것을 조선의 법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전통과 관습이 일제에 의해 선별 차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호주제가 조선 전통의 관습이 아니라 되레 일제의 잔재에 가깝다는 사실이다.10
호주제 폐지 이후의 과제
호주제가 폐지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현실은 어떠한가? 호주제 폐지를 법적으로 호주가 사라지는 것으로만 본다면 포스트-호주제는 이미 완성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가족제도는 남성·이성애·결혼·비장애 중심적인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통해서 '가족의 정상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한국사회 곳곳에서 작동하는 이 정상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11 2004년 2월에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이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가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1인가구 수가 4인가구 수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비친족가구가 증가하는 등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건강가정기본법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단위라는 협소한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이 법은 제정 당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거부, 이혼의 증가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규정했다. 그런데 왜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으려 하고, 이혼이 빠르게 증가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사회구조적 요인에서 찾지 않고, 개개인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렇기에 출산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재생산 기능을 국민의 중요한 의무로 규정했다.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서의 시민을 이상적인 시민상으로 만들었다.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이성애주의와 여성의 목과 재생산권을 점유하는 가부장제가 규정한 섹슈얼리티 규범에서 벗어나는 성적 자기 결정권과 성적 행위는 '비정상'적이고 '비도덕'적인 것, '무책임'한 것으로 낙인찍히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장애인과 퀴어는 이성애주의가 정해놓은 섹슈얼리티의 위계구조에서 가장 바닥으로 배치되어 결혼과 출산의 '자격'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한부모 가족은 '편부모'라는 지칭처럼 오랫동안 '결핍되니'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마주해야 했고, 특히 혼외 출산의 '모혼모'는 '문란한' 몸이라는 더 심각한 모욕과 차별을 받아왔다. 아시아 저개발국가에서 '신부를 사오는 매매혼'이라고 비판받는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사업'을 국가가 앞장섰으며, 이렇게 국경을 넘은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자격은 한국 국적의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할 때만 비로소 확보된다.12
호주제 폐지 후 호적부를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필요했다. 2007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신분등록제가 '가족관계등록부'다. 호주, 호적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가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전체의 신분사항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해, 과도한 개인 정보를 공시하고, 가족관계를 통해 개인의 신분을 판단해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했다는 점이었다. 당시 법 제정 논의 주체였던 법무부와 대법원은 근본적 문제 해결에 가닿지 못하고, 개인별 신분등록제와 가족별 신분등록제의 절충안이라고 하면서, '호적' 대신 '가족관계등록부'라고만 이름만 변경한 채 여전히 핏줄에 따른 가족 관계 안에서 개인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만들었고, 결국 이 안을 토대로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되었다. 대안으로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목적별 신분등록제'는 한 개인의 신분과 관련된 사항을 목적에 따라 분류해 변동되는 사건에 따라 기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목적별 신분등록제는 ① 가족별 편제 방식 대신 개인별 신분등록 방식을 채택했고, ② 그 개인별 신분증명을 출생부, 혼인부, 사망부처럼 사건별 또는 목적별로 나누어 각각의 기재 사항을 별도로 규정했다. ③ 이에 더해 신분변동부, 혼인변동부를 따로 둠으로써 개인의 신분 및 가족관계의 변동사항을 서로 분리된 공부公簿로 관리하게 했고,13 ④ 각각의 공부에 기재되는 개인식별번호는 기존의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신분등록번호, 신분변동번호, 혼인등록번호, 혼인변동번호 등 각각의 공부기재번호를 쓰도록 했다.14 기존의 호적제도와 같이 모든 정보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과 달리, 필요한 정보만을 필요한 시기에 열람할 수 있게 해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혼인 관계만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가족 형태와 생활방식의 변화에 맞춰 개인의 신분 정보를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개인의 신분을 파악하는 기존 호적부의 문제를 그대로 적용한 '가족관계등록부'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당시의 저출산 및 이혼율의 증가로 '가족해체'가 우려된다는 불합리한 정서가 강했던 당시 상황을 보더라도, 여성운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운동 등에서 호주제 폐지 이후의 사회에 대한 논의를 '정상가족 중심주의'를 비롯한 불평등에 맞서는 운동으로 확장되지 못한 것에 대한 뒤늦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정상가족 중심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가족법이 필요하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정상가족 중심의 법과 제도는 그대로이고, 한국사회의 가족을 둘러싼 차별과 불평등은 더 심화하고 있다. 법이 규정하는 가족의 개념과 범위는 이성애 중심의 가족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기제 중 하나다. 가족을 언급하는 240개의 법15에서 대부분 혼인과 혈연 중심으로 가족을 정의 내리는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성애주의와 법률혼, 출산, 혈연으로 구성되지 못한 가족관계는 가족 관련법의 대상에서 배제된다. 민법 제781호 1항 부성우선주의 원칙은 여전히 성차별적 요소다. 어머니의 성을 선택하는 것은 예외 조항이다. 어머니 성을 선택하려면 '출생신고'가 아닌 '혼인신고'를 할 때 어머니 성을 따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부부가 결혼 전 미리 결정하지 않으면 어머니 성씨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협의서, 주민등록증 사본 등의 제출 서류도 필요하다. 특히 부부 중 한 사람이 출석하지 않으면 인감증명서와 서명에 대한 공증서를 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이주민의 정주화를 가로막고 철저히 노동력으로만 환원하려ㅡㄴ 정책과 인구정책을 위해서 이주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려는 이분화된 정책 속에서 이주민의 미래도 보장받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로 상정된 이주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결정하면 해고와 강제출국을 강요당하고 출생한 아동의 권리마저 불안정해진다. 반면 결혼이주여성으로 상정된 이주여성이 임신출산을 거부하면 체류자격이 불안정해지는 사태를 맞이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 때 여성가족부는 '가족다양성'이라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부모가족, 미혼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재혼가족, 독거노인가구, 1인가구를 열거하면서, 동거가족 특히 퀴어 동거 커플과 동성부부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지금은 어떤 사회인가? 정상가족 중심주의 속에서 여전히 법적인 가족의 정의는 협소하고, 많은 이는 자신들이 맺고 의지하는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과 고통을 겪고 있다. 한편 자본 중심의 성장과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장시간 노동을 견뎌야 하고, 장시간 가족 돌봄 노동을 해야 하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한국은 OECD 국가 내 자살률 1위, 노인빈곤률 1위, 저출생 1위 국가다. 가족끼리 알아서 생존하고, 그러한 가족이 없으면 차별과 불평등이 이어지는 지금, 이러한 차별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가족제도의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주체들이 등장해 다양한 실천을 벌여온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탈시설 운동, 청소년/퀴어의 탈가정/탈학교 움직임, 성소수자/청소년 주거권 운동, 성별 이분법에 저항하는 트랜스젠더/퀴어 운동 등 여러 방향에서 기존의 가족제도를 떠난 시민들이 새로운 소속, 관계,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16 이들은 법과 제도 속에서 묶이지 않더라도 어떻게 서로 돌볼 것인지에 관해 연구하며,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포스트 호주제의 시대에서 가족제도의 불평등에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 실천하는 돌봄과 퀴어한 가족정치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1 김대현, 「가족법 개정운동과 호주제 폐지 이후의 과제」, 가족구성권연구소, 『가족신분사회』(와온, 2025), 23쪽.
2 한국에서 가족법이란 민법 제4편 친족 및 제5편 상속을 편의적으로 총칭하는 용어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정부는 법전편찬위원회를 구성했고, 한국전쟁 중 김병로(金炳魯) 법전편찬위원장은 민법 초안을 작성해 1954년 10월 26일 민법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제헌헌법에는 ‘남녀동권’을 규정했으나 민법의 친족과 상속 편에서 여성차별적인 제도를 그대로 두었다. 그 내용은 친족 편에서 ① 부(夫)의 전처소생 자녀나 혼인 외 출생자와는 계모 및 적모관계가 친자와 동일하게 인정되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는 성립되지 않는 점, ② 친족범위에 있어 부측을 처측보다 광범위하게 규정한 점, ③ 처가 부의 혈족 아닌 직계 비속(卑屬, 자기보다 손아래 자손)을 입적시키려 할 때는 부가(夫家)의 호주 및 부(夫)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만(제778조), 부(夫)가 혼인 외 출생자를 입적시킬 때는 처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점, ④ 여호주는 호주 상속할 양자를 입적할 때에는 호주권을 내놓아야 하고(제784조) 여호주가 혼인하면 폐가를 해야 하는 점(제786조), ⑤ 부계(父系) 혈통만을 중심으로 한 동성동본 불혼조항을 둔 점(제802조), ⑥ 부부동거 장소를 부(夫)의 주소나 거소로 지정한 점(제819조), ⑦ 부부 각자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인정하나 소속이 불분명한 재산은 부의 특유재산으로 추정하는 점(제822조), ⑧ 자녀에 대한 친권행사자는 부를 우선으로 하고 모를 이차적으로 한 점(제906조) 등을 들 수 있다. 상속편에서 지적할 수 있는 불평등 조항은 ① 딸의 호주 상속 순위가 최하위인 점(제988조), ② 출가한 딸은 재산상속에서 제외된다는 점(제1007조), ③ 부는 처의 재산을 직계비속과 공동 상속하지만 처는 부의 재산을 직계비속 및 부의 직계존속과 공동 상속하도록 한 점(제1009조), ④ 함께 재산을 일군 처의 상속분이 호주 상속보다 적고, 기타 직계비속 및 부의 직계존속과 균등한 것 등이었다. 「가족법 개정운동」,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0353)(2025.8.12. 검색).
3 정현백, 『연대하는 페미니즘: 호주제 폐지부터 탈코르셋까지 함께 쓰는 우리의 이야기』(동녘, 2021), 83쪽; 김대현, 앞의 글, 23쪽에서 재인용.
4 김지혜, 『가족각본』(창비, 2023), 37쪽; 김대현, 위의 글, 25쪽에서 재인용.
5 양현아, 『한국 가족법 읽기: 전통, 식민지성, 젠더의 교차로에서』(창비, 2011), 342~343쪽; 김대현, 위의 글, 25쪽에서 재인용.
6 최유정, 『가족정책을 통해 본 한국의 가족과 근대성: 1948년~2005년까지』(박문사, 2010), 143쪽; 김대현, 위의 글, 25쪽에서 재인용.
7 남인순, 「[여성운동 30년, 용기와 연대의 기록] ⑧ 반세기 여성운동의 숙원과제, 호주제 폐지」, 《여성신문》 2017.11.14(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065) (2025.8.12 검색).
8 이태영, 『가족법 개정운동 37년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 1992), 31~32, 90, 475쪽; 김대현, 앞의 글, 32쪽에서 재인용.
9 홍양희, 『조선총독부의 가족정책: 식민주의와 가족·법·젠더』(동북아역사재단, 2021), 172~181, 246, 252쪽; 김대현, 위의 글, 30쪽에서 재인용.
10 김대현, 위의 글, 30~31쪽.
11 김순남, 「포스트 호주제와 퀴어가족정치」, 가족구성권연구소, 『가족신분사회』(와온, 2025), 7~8쪽.
12 성정숙, 「가족구성권 운동: 가족을 정치화하기」, 《가톨릭평론》 47호(2025년 봄호), 195쪽.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앞의 책, 721~782쪽; 김대현, 앞의 글, 48쪽에서 재인용.
14 「목적별 공부안의 주요 내용」, 『호적제도 피해사례 증언발언대: 이등 국민, 신분등록제를 말한다』 자료집(2005.4.14), 목적
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 26~27쪽; 김대현, 위의 글, 48쪽에서 재인용.
15 김현경·나영경·이유나·장서연, 「법이 호명하는 가족의 의미와 한계(2019 이슈 발굴 및 논의를 위한 N개의 공론장 연구보고서)」(서울특별시 청년허브 N개의 공론장, 2019).
16 김순남, 「가족끼리 알아서 생존하라고 하는 사회가 진짜 위기다」, 《일다》 2023.7.5 (https://www.ildaro.com/9666)(2025.8.12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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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가 2005년 폐지된 이유는 이 제도가 구조적 성차별을 강화하는 불평등한 법이었기 때문이다. 1947년 일본이 호주제를 폐지한 이래, 호주제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서만 유지되어온 가족법 체제였다. 호주제는 가족 내 남성 호주에게 친권, 재산권, 상속권 등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고, '아버지 성'으로 대표되는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해 아들-딸(미혼)-처-어머니-며느리의 순서로 호주를 승계함으로써, 남녀 가족구성원 사이에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을 만든 법정 가족제도였다.4 그 불평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자면, 호주제가 존치되던 시절 호주의 손자는 어머니, 누나, 할머니에 앞서 친권과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호주의 지위를 승계받을 수 있었고,5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가 그 아이를 밴 어머니보다 더 높은 호주상속 순위를 인정받았다.6 호주제는 '호적'이라는 신분등록부를 통해 한 개인의 출생·혼인·사망·이혼 등의 신분 변동사항을 국가에 등록하도록 규율했다. 이를 기록함에 있어 호적의 주인인 '호주戶主'를 정하고 나머지 가족구성원의 신분 변동사항을 호주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기록하게 된다. 즉 호주를 뺀 나머지 가족들은 호주에게 입적되거나 제적되고 분가하는 등 호주와의 관계 속에서 종속적으로 기술되는 것이다. 딸이 결혼하면 친정아버지의 호적에서 제적되고 시아버지 또는 남편의 호적으로 입적되어 '호주의 며느리' 또는 '호주의 처'로서 신분이 등록되는 식이다.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표현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었다. 호주라는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가족들의 신분 변동사항을 기록한다는 이 단순한 기술방법에 성차별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가족법의 문제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7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기도 했던 호주제
그렇지만 이 성차별적이자 불평등한 제도를 바로잡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 여성운동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운동 진영이 50년 동안 끈질기게 가족법 개정운동을 하면서 마주했던 벽은 무엇이엇을까? 대한민국 정부 초기 신민법 심의 과정에서 호주제가 한국의 고유한 전통이라는 이유로 끝내 민법 조문을 통해 명문화되었다.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 바로 당시 대법원장이자 법전편찬위원위장 김병로였다. 그는 가족법은 '기본 논리'보다 국가·민족의 윤리와 역사적 전통에 따라 제정되어야 하고, 헌법에 명시된 양성평등은 정치·사회·문화의 '기회 균등'에 해당하는 것이지 '가정윤리'와 '사회도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8 이러한 '전통'과 '순풍미속順風美俗'의 논리는 2005년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 당시 소수의견으로도 이어졌는데, "호주승계제도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과 현실에 기초한 것으로 여성에 대한 실질적 차별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가족제도가 역사적·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의 우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가족법이 헌법 이념의 실현에 장애를 초래하고 현행 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고착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 그러한 가족법은 수정되어야 한다"라며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호주승계 순위, 혼인 시 신분관계 형성,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아무리 전통과 윤리가 연결된 제도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성차별을 고착화하는 불평등한 제도라면 헌법에 근거한 평등의 원칙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더 해야 할 것은 호주제라는 전통이 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위한 역사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제가 일본 민법상 호주제를 이식하기에 유리한 조선의 전통을 취사선택해 활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제사상속 관행이 그것이다. 실제로 호주제에 적용되는 호주상속의 우선순위는 과거 조선의 제사상속 우선순위(장남-장손-차남-차남 아들 순으로 여성이 포함되지 않음)와 비슷하다. 다만 조선의 제사상속은 지배 이념인 유교 윤리에 따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규범으로 작동했지만, 그야말로 자식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 규범으로 의미햇던 것이지, 법정 호주제에 명시된 친권과 재산권의 행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제는 이 제사상속 관행에 일본 민법의 가독상속家督相續, 즉 호주 승계인이 호주의 모든 재산을 독점 상속하는 법정 제도를 결합하는 형태로 식민지 호주제를 완성해갔다.9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식민지 조선의 남성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제사상속이 호주상속으로 바뀐 것이어서 일제의 가족법을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식민지 조선의 가족법상 호주제를 바탕으로 형성된 근대적 시민은 애초에 극심한 젠더 불평등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고, 이러한 호주제의 뿌리는 일본 메이지 민법에서 왔으며, 그것을 조선의 법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전통과 관습이 일제에 의해 선별 차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호주제가 조선 전통의 관습이 아니라 되레 일제의 잔재에 가깝다는 사실이다.10
호주제 폐지 이후의 과제
호주제가 폐지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현실은 어떠한가? 호주제 폐지를 법적으로 호주가 사라지는 것으로만 본다면 포스트-호주제는 이미 완성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가족제도는 남성·이성애·결혼·비장애 중심적인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통해서 '가족의 정상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한국사회 곳곳에서 작동하는 이 정상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11 2004년 2월에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이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가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1인가구 수가 4인가구 수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비친족가구가 증가하는 등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건강가정기본법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단위라는 협소한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이 법은 제정 당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거부, 이혼의 증가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규정했다. 그런데 왜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으려 하고, 이혼이 빠르게 증가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사회구조적 요인에서 찾지 않고, 개개인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렇기에 출산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재생산 기능을 국민의 중요한 의무로 규정했다.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서의 시민을 이상적인 시민상으로 만들었다.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이성애주의와 여성의 목과 재생산권을 점유하는 가부장제가 규정한 섹슈얼리티 규범에서 벗어나는 성적 자기 결정권과 성적 행위는 '비정상'적이고 '비도덕'적인 것, '무책임'한 것으로 낙인찍히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장애인과 퀴어는 이성애주의가 정해놓은 섹슈얼리티의 위계구조에서 가장 바닥으로 배치되어 결혼과 출산의 '자격'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한부모 가족은 '편부모'라는 지칭처럼 오랫동안 '결핍되니'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마주해야 했고, 특히 혼외 출산의 '모혼모'는 '문란한' 몸이라는 더 심각한 모욕과 차별을 받아왔다. 아시아 저개발국가에서 '신부를 사오는 매매혼'이라고 비판받는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사업'을 국가가 앞장섰으며, 이렇게 국경을 넘은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자격은 한국 국적의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할 때만 비로소 확보된다.12
호주제 폐지 후 호적부를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필요했다. 2007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신분등록제가 '가족관계등록부'다. 호주, 호적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가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전체의 신분사항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해, 과도한 개인 정보를 공시하고, 가족관계를 통해 개인의 신분을 판단해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했다는 점이었다. 당시 법 제정 논의 주체였던 법무부와 대법원은 근본적 문제 해결에 가닿지 못하고, 개인별 신분등록제와 가족별 신분등록제의 절충안이라고 하면서, '호적' 대신 '가족관계등록부'라고만 이름만 변경한 채 여전히 핏줄에 따른 가족 관계 안에서 개인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만들었고, 결국 이 안을 토대로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되었다. 대안으로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목적별 신분등록제'는 한 개인의 신분과 관련된 사항을 목적에 따라 분류해 변동되는 사건에 따라 기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목적별 신분등록제는 ① 가족별 편제 방식 대신 개인별 신분등록 방식을 채택했고, ② 그 개인별 신분증명을 출생부, 혼인부, 사망부처럼 사건별 또는 목적별로 나누어 각각의 기재 사항을 별도로 규정했다. ③ 이에 더해 신분변동부, 혼인변동부를 따로 둠으로써 개인의 신분 및 가족관계의 변동사항을 서로 분리된 공부公簿로 관리하게 했고,13 ④ 각각의 공부에 기재되는 개인식별번호는 기존의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신분등록번호, 신분변동번호, 혼인등록번호, 혼인변동번호 등 각각의 공부기재번호를 쓰도록 했다.14 기존의 호적제도와 같이 모든 정보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과 달리, 필요한 정보만을 필요한 시기에 열람할 수 있게 해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혼인 관계만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가족 형태와 생활방식의 변화에 맞춰 개인의 신분 정보를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개인의 신분을 파악하는 기존 호적부의 문제를 그대로 적용한 '가족관계등록부'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당시의 저출산 및 이혼율의 증가로 '가족해체'가 우려된다는 불합리한 정서가 강했던 당시 상황을 보더라도, 여성운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운동 등에서 호주제 폐지 이후의 사회에 대한 논의를 '정상가족 중심주의'를 비롯한 불평등에 맞서는 운동으로 확장되지 못한 것에 대한 뒤늦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정상가족 중심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가족법이 필요하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정상가족 중심의 법과 제도는 그대로이고, 한국사회의 가족을 둘러싼 차별과 불평등은 더 심화하고 있다. 법이 규정하는 가족의 개념과 범위는 이성애 중심의 가족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기제 중 하나다. 가족을 언급하는 240개의 법15에서 대부분 혼인과 혈연 중심으로 가족을 정의 내리는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성애주의와 법률혼, 출산, 혈연으로 구성되지 못한 가족관계는 가족 관련법의 대상에서 배제된다. 민법 제781호 1항 부성우선주의 원칙은 여전히 성차별적 요소다. 어머니의 성을 선택하는 것은 예외 조항이다. 어머니 성을 선택하려면 '출생신고'가 아닌 '혼인신고'를 할 때 어머니 성을 따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부부가 결혼 전 미리 결정하지 않으면 어머니 성씨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협의서, 주민등록증 사본 등의 제출 서류도 필요하다. 특히 부부 중 한 사람이 출석하지 않으면 인감증명서와 서명에 대한 공증서를 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이주민의 정주화를 가로막고 철저히 노동력으로만 환원하려ㅡㄴ 정책과 인구정책을 위해서 이주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려는 이분화된 정책 속에서 이주민의 미래도 보장받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로 상정된 이주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결정하면 해고와 강제출국을 강요당하고 출생한 아동의 권리마저 불안정해진다. 반면 결혼이주여성으로 상정된 이주여성이 임신출산을 거부하면 체류자격이 불안정해지는 사태를 맞이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 때 여성가족부는 '가족다양성'이라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부모가족, 미혼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재혼가족, 독거노인가구, 1인가구를 열거하면서, 동거가족 특히 퀴어 동거 커플과 동성부부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지금은 어떤 사회인가? 정상가족 중심주의 속에서 여전히 법적인 가족의 정의는 협소하고, 많은 이는 자신들이 맺고 의지하는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과 고통을 겪고 있다. 한편 자본 중심의 성장과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장시간 노동을 견뎌야 하고, 장시간 가족 돌봄 노동을 해야 하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한국은 OECD 국가 내 자살률 1위, 노인빈곤률 1위, 저출생 1위 국가다. 가족끼리 알아서 생존하고, 그러한 가족이 없으면 차별과 불평등이 이어지는 지금, 이러한 차별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가족제도의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주체들이 등장해 다양한 실천을 벌여온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탈시설 운동, 청소년/퀴어의 탈가정/탈학교 움직임, 성소수자/청소년 주거권 운동, 성별 이분법에 저항하는 트랜스젠더/퀴어 운동 등 여러 방향에서 기존의 가족제도를 떠난 시민들이 새로운 소속, 관계,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16 이들은 법과 제도 속에서 묶이지 않더라도 어떻게 서로 돌볼 것인지에 관해 연구하며,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포스트 호주제의 시대에서 가족제도의 불평등에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 실천하는 돌봄과 퀴어한 가족정치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1 김대현, 「가족법 개정운동과 호주제 폐지 이후의 과제」, 가족구성권연구소, 『가족신분사회』(와온, 2025), 23쪽.
2 한국에서 가족법이란 민법 제4편 친족 및 제5편 상속을 편의적으로 총칭하는 용어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정부는 법전편찬위원회를 구성했고, 한국전쟁 중 김병로(金炳魯) 법전편찬위원장은 민법 초안을 작성해 1954년 10월 26일 민법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제헌헌법에는 ‘남녀동권’을 규정했으나 민법의 친족과 상속 편에서 여성차별적인 제도를 그대로 두었다. 그 내용은 친족 편에서 ① 부(夫)의 전처소생 자녀나 혼인 외 출생자와는 계모 및 적모관계가 친자와 동일하게 인정되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는 성립되지 않는 점, ② 친족범위에 있어 부측을 처측보다 광범위하게 규정한 점, ③ 처가 부의 혈족 아닌 직계 비속(卑屬, 자기보다 손아래 자손)을 입적시키려 할 때는 부가(夫家)의 호주 및 부(夫)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만(제778조), 부(夫)가 혼인 외 출생자를 입적시킬 때는 처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점, ④ 여호주는 호주 상속할 양자를 입적할 때에는 호주권을 내놓아야 하고(제784조) 여호주가 혼인하면 폐가를 해야 하는 점(제786조), ⑤ 부계(父系) 혈통만을 중심으로 한 동성동본 불혼조항을 둔 점(제802조), ⑥ 부부동거 장소를 부(夫)의 주소나 거소로 지정한 점(제819조), ⑦ 부부 각자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인정하나 소속이 불분명한 재산은 부의 특유재산으로 추정하는 점(제822조), ⑧ 자녀에 대한 친권행사자는 부를 우선으로 하고 모를 이차적으로 한 점(제906조) 등을 들 수 있다. 상속편에서 지적할 수 있는 불평등 조항은 ① 딸의 호주 상속 순위가 최하위인 점(제988조), ② 출가한 딸은 재산상속에서 제외된다는 점(제1007조), ③ 부는 처의 재산을 직계비속과 공동 상속하지만 처는 부의 재산을 직계비속 및 부의 직계존속과 공동 상속하도록 한 점(제1009조), ④ 함께 재산을 일군 처의 상속분이 호주 상속보다 적고, 기타 직계비속 및 부의 직계존속과 균등한 것 등이었다. 「가족법 개정운동」,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0353)(2025.8.12. 검색).
3 정현백, 『연대하는 페미니즘: 호주제 폐지부터 탈코르셋까지 함께 쓰는 우리의 이야기』(동녘, 2021), 83쪽; 김대현, 앞의 글, 23쪽에서 재인용.
4 김지혜, 『가족각본』(창비, 2023), 37쪽; 김대현, 위의 글, 25쪽에서 재인용.
5 양현아, 『한국 가족법 읽기: 전통, 식민지성, 젠더의 교차로에서』(창비, 2011), 342~343쪽; 김대현, 위의 글, 25쪽에서 재인용.
6 최유정, 『가족정책을 통해 본 한국의 가족과 근대성: 1948년~2005년까지』(박문사, 2010), 143쪽; 김대현, 위의 글, 25쪽에서 재인용.
7 남인순, 「[여성운동 30년, 용기와 연대의 기록] ⑧ 반세기 여성운동의 숙원과제, 호주제 폐지」, 《여성신문》 2017.11.14(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065) (2025.8.12 검색).
8 이태영, 『가족법 개정운동 37년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 1992), 31~32, 90, 475쪽; 김대현, 앞의 글, 32쪽에서 재인용.
9 홍양희, 『조선총독부의 가족정책: 식민주의와 가족·법·젠더』(동북아역사재단, 2021), 172~181, 246, 252쪽; 김대현, 위의 글, 30쪽에서 재인용.
10 김대현, 위의 글, 30~31쪽.
11 김순남, 「포스트 호주제와 퀴어가족정치」, 가족구성권연구소, 『가족신분사회』(와온, 2025), 7~8쪽.
12 성정숙, 「가족구성권 운동: 가족을 정치화하기」, 《가톨릭평론》 47호(2025년 봄호), 195쪽.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앞의 책, 721~782쪽; 김대현, 앞의 글, 48쪽에서 재인용.
14 「목적별 공부안의 주요 내용」, 『호적제도 피해사례 증언발언대: 이등 국민, 신분등록제를 말한다』 자료집(2005.4.14), 목적
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 26~27쪽; 김대현, 위의 글, 48쪽에서 재인용.
15 김현경·나영경·이유나·장서연, 「법이 호명하는 가족의 의미와 한계(2019 이슈 발굴 및 논의를 위한 N개의 공론장 연구보고서)」(서울특별시 청년허브 N개의 공론장, 2019).
16 김순남, 「가족끼리 알아서 생존하라고 하는 사회가 진짜 위기다」, 《일다》 2023.7.5 (https://www.ildaro.com/9666)(2025.8.12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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